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우리 부부
며칠 전, 남편과 점심 데이트를 했다. 그날은 남편이 4일 연속 저녁 근무를 마치고, 쉬는 날이었다.
남편이 저녁 근무를 하는 동안에는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얼굴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저녁 근무를 하는 날이면 밤 12시에 퇴근해 새벽에 집에 와서 오전 내내 잠을 잔다. 그리고 내가 출근한 뒤, 오후 3시가 조금 넘으면 다시 출근을 한다. 그렇게 하루가 엇갈리다 보니,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4일 만에 만난 남편이 유독 더 반가웠다. 우리는 그날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었다. 오랜만에 밖에서 만나 둘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니, 정말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남편을 보며 "오빵이, 오랜만이야!"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남편도 내 모습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뜨끈한 쌀국수를 앞에 두고 우리는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쌀국수를 다 먹고 난 뒤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 산책을 했다.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편의 팔짱을 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 그 시간이 문득 행복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대부분은 역시 아이 이야기였다. 나는 4일 동안 저녁 근무로 수지를 보지 못한 남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들려주었다. 수지가 했던 말들, 함께 놀았던 시간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 며칠 사이에 쌓인 에피소드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수지와 함께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고, 다른 경험을 한다. 어제와는 또 다른 웃을 일이 생기고, 아이의 기특하고 귀여운 모습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물론 귀여운 행동만 늘어나는 건 아니다. 고집을 부리고, 짜증을 내는 모습도 함께 늘어간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마저도 너무 소소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잘 놀았던 수지, 짜증을 냈던 수지, 엄마와 티격태격했던 수지까지. 모든 이야기에 연신 웃으며 즐거워했다.
나 역시 이야기를 하며 계속 웃게 되었다. 수지가 귀여워서 웃고, 웃겨서 웃었다. 수지가 짜증을 내고 나에게 화를 냈던 순간들도 말로 꺼내 놓고 보니 별것 아닌 일들이었고, 그저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되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보낸 그 점심시간은 빈틈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수지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나와 같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들어주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우리는 함께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대화들은 우리의 마음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가 같은 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