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카페가 나에게 건넨 조용한 위로

by 행복수집가

워킹맘인 나는 가끔 날을 정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한다.


아이를 낳고나서는 항상 아이와 같이 있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귀해졌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찾아오지만, 그 시간은 너무 짧다. 아이 재우고 나면 나도 곧 자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혼자 시간을 그리 오래 즐기지 못한다.


잠깐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도 아주 달콤하고 좋지만, 가끔은 몇 시간동안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 받는 에너지도 있지만, 혼자 있으면서 충전되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다.

나에게만 집중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속에서 내면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어제는 점심시간부터 오후 3시까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날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좀 떨어진, 진주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갔다. 이 카페는 생긴지 꽤 오래됐다.


내가 살고 있는 진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한때는 진주 시내도 제법 번화했지만, 지금은 임대 현수막이 걸린 건물들이 곳곳에 보이고 거리도 한산해졌다. 그나마 몇몇 주요 기관들인 경찰서, 우체국, 교육청 등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예전에 활기찬 기운이 넘치던 그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여러 가게가 없어지고, 또 새로 생기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이 카페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에 뭉클하기까지 했다.


이 카페는 유행도 타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 같지도 않고, 처음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오랜세월 그 모습 그대로 지켜온 고유한 분위기가 짙은 향기처럼 베어있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예전에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참 친근하고 좋았다.


그리고 카페에 들어서자 내 휴대폰이 자동으로 와이파이에 연결됐다. 예전에 왔을 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저장해둔 덕분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이 카페에 오지 않았던 시간동안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모든 게 변했는데, 이 카페만은 예전 그대로여서 괜히 마음이 놓이고 위로받는 기분도 들었다.


오랜세월 나를 기다려 준것만 같은 카페에서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충만하게 가졌다.

내 안에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걸 느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오래되고 익숙한 곳에서, 그리움을 채우고 편안함을 느끼며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도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느끼는 조용한 위로와 응원이, 내 삶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날, 오래된 이 카페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가족의 품같았다. 그 품안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느낀 잔잔한 평온함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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