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비워내는 시간의 충만함

처음 캠핑을 해본 날

by 행복수집가

나는 아직 한번도 캠핑을 해본 적이 없다.

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지 하다가 여태껏 못 갔다.


그래도 남편은 결혼 전에 친구들이랑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캠핑의 매력을 조금은 알아서인지 우리 가족도 같이 가보자며 텐트를 사놓았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들로 못 가다가, 이번에 방치만 해둔 텐트를 처음으로 개시하게 되었다.


우리는 근처 공원으로 갔다. 이곳은 취사는 안되지만 텐트는 쳐도 되는 공원이었다.


오전에 가니 사람이 별로 없어서 우리는 나무 그늘 밑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남편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남편도 너무 오랜만에 텐트를 쳐보는 거라,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천천히 조립했고 나는 남편을 보조하며 도와주었다.


텐트는 생각보다 금방 쳤다. 남편이 3일 동안 열심히 검색해서 구매했다는 텐트는 꽤 크고 넓었고, 매우 좋았다.


늠름하게 서있는 텐트를 보니 ‘우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텐트를 치기 전부터 기대하며 좋아하던 아이가 제일 먼저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구경했다.


뒤따라 우리 부부도 들어갔다. 겉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 들어가니 훨씬 더 좋았다. 아늑하고 편안했다. 그냥 돗자리에 앉아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우리는 챙겨간 도시락을 먹고 간식도 먹었다. 먹으면서 텐트 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고 행복했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도 우리는 텐트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 계속 휴식했다. 텐트 앞에는 놀이터도 있었는데, 수지는 놀이터에 갈 생각도 안 하고 계속 텐트에서만 놀았다. 아무런 장난감이 없는 텐트 안에서도 아이는 할 놀이가 많았다.


텐트는 우리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웃고 떠들며 쉬는 아늑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폰으로 음악도 틀었다. 신나는 음악이 더해지니 즐거운 분위기가 더 살아나면서 한껏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편하게 누웠다. 누워서 눈을 들어 보니 햇살 가득 머금은 초록빛 나무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싱그러운 나무들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로 이게 캠핑의 맛이구나.’


사실 제대로 캠핑을 해본 건 아니지만 약간 캠핑 맛보기 같았던 이 날, 캠핑의 매력을 조금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서 자연을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았다. 이래서 캠핑 한번 가면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계속 캠핑을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나는 남편에게 쉬는 날마다 텐트 들고 가자고 말했다.

너무 좋다는 말을 10번은 더 넘게 한 것 같다.

처음에 텐트를 칠 때만 해도 시큰둥했던 내가 어느새 그 누구보다 좋아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우리 주변에도 하나둘 텐트를 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부분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이 놀면서 웃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그 소리도 자연의 소리 같았다. 소음이 아닌, 듣기 편안한 소리였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자연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가지는가. 내 일상에 여백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이 생각을 하다 보니,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촘촘하게 빈틈없이 무언가로 채우며 보내려고 했던 내 모습이 보였다. 하루하루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고, 나를 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가지는 만족감도 크다.


그런데 캠핑을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존재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했는지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 날은 텐트에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 틈만 나면 하던 글을 쓰지도, 책을 읽지도, 영상을 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조용히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게 바로 온전한 휴식이었다.




이 날 몇 시간 동안의 캠핑은 ‘잠깐 멈춤’의 시간이었다.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니, 마음에 소소하게 일던 감정의 파도도 잔잔해지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원래의 마음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무언가 많이 그려져 있던 도화지에 그림이 다 지워지고, 백지가 된 것 같았다. 이 마음은 그저 휴식과 평안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충만하게 느낀 감사한 시간이었다.


꼭 텐트를 가져가는 캠핑이 아니더라도, 평소 내가 붙들고 있던 것들을 손에서 놓고, 그저 빈 손과 빈 몸으로 자연에 가는 것만으로도 이런 여백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평안과 쉼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백과 멈춤의 시간으로 내 일상의 빈틈을 채우다 보면, 무언가를 많이 가진 충만함이 아니라, 비워져서 얻는 충만함으로 가득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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