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산책길에서 느낀 삶의 이유

by 행복수집가

며칠 전, 회사에 한 시간 반동안 외출을 내고 점심시간부터 2시 반까지 나 혼자 보내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긴 시간은 아니어서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너무나 충전되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에 카페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다가, 1시가 지나자 직장인 손님들은 다 빠져나가고 금세 조용해졌다.


내가 있던 카페 2층에는 혼자 무언가를 읽거나 보는 사람들만 있었고, 누구하나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고요한 카페엔 잔잔한 음악만이 흘렀다. 이 잔잔한 분위기는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회사에 있을 시간인데, 지금 카페에서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이럴 때 느끼는 짜릿함이 있다. 남들 일할 때 노는 기분. 이건 정말 한 번씩 느낄만하다.




카페에서 몸과 마음에 충만한 여유와 휴식을 누린 후 그 다음엔 산책을 했다.


나는 산책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거의 매일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한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직장인들도 산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산책길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산책길에 보이는 자연에만 오롯이 집중 하고 싶기도 한데,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서 유쾌하게 수다를 떨며 산책하는 분들 곁을 지나다 보면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산책하다가 아는 분을 만나면 인사도 해야 한다. 하하.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을 때 이 산책길의 풍경만 오롯이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마침 내가 혼자 자유시간을 가지는 이 날, 산책길의 풍경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었다.


1시 반 이후에 직장인들이 다 빠져나간 강변길은 사람이 거의 없고 한산했다. 사람이 없는 산책길에는 나무와 풀, 꽃들의 존재감만으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로 잠시 가려졌던 풍경이 이제야 온전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고요한 느낌과 분위기와 풍경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이 없는 길을 걷다 보니 꼭 내가 주인이 된 것만 같았다. 내가 보는 모든 풍경이 다 내 것 같았다. 사실 자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혼자 산책길을 걷다 보니 이 모든 게 다 내 것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 눈 안에 이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 들어온다. 내 눈에 가득 들어온 자연은 내 마음도 충만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충만함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었다. 가만히 바람도 느끼고, 새소리도 듣고,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는 강도 바라본다. 짙은 초록빛의 나뭇잎과 풀들은 생기 있게 빛나고, 토끼풀과 데이지, 이름 모를 보라색 꽃들이 가득한 길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낀다. 눈에 하나하나 담고, 마음으로 하나하나 느꼈다.


걷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산책을 하며 생각했다.

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 이유가 충분하다고.


걷다보면 삶의 아름다움도 충만하게 느낀다.

산책할 때마다 느끼는 마음이다.

이래서 산책이 참 좋다.


이 날의 자유시간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잔잔히 스며드는 햇살 같았다. 회사에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내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나'로 있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날 누린 모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주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그 행복을 천천히 오래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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