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버리고 마음도 가벼워진 시간
이번에 집 이사를 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버릴 짐들을 다 정리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왔다. 내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와 한 집에 살았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버리는 물건도 한 때는 필요해서 샀던 것들이고, 그 당시엔 잘 썼던 것이다. 그런데 물건에도 사용하기 좋은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두고두고 생활에서 계속 쓰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잠깐 쓰고 잘 안 쓰게 되는 것도 있다.
사실 쓸모를 다하고 필요가 없어진 것들은 미련 없이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거나, 아니면 버려도 됐는데 ‘언젠가 쓰겠지 ‘ 하고 놔두었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집안 곳곳에 쌓여 쓰레기로 변해갔다.
이사를 하면서 오랫동안 묵혀놨던 물건들을 다 버렸다. 존재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구석에 박혀 있던 이 물건들은 한편으론 씁쓸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이 물건들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잠깐 빛을 보았다. 하지만 세상밖으로 나오자마자 곧 다시 버려지는 걸 보니 죄책감이 들면서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미리 샀다가 유통기한 내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것들, 필요한 양보다 더 넉넉하게 샀다가 못쓰고 버리는 것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샀다가 안 쓰고 버리는 것들이 많았다. 주인을 잘 못 만나서 버려지는 슬픈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는 지금 현재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미리’ 준비한다는 목적으로 사지 말아야겠다고.
물건을 사는 것에 있어서도 ’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정리를 하면서 그동안 세세한 곳까지 손대지 못했던 냉장고, 창고, 화장실 찬장, 화장대 서랍 등이 아주 말끔하게 비워지고 정리됐다. 그리고 필요한 것만 남겼다. 불필요한 게 비워지고 필요한 것만 남은 집은 한결 더 가벼워졌다. 내 마음도 무척 가벼웠다.
비워낸 건 물건인데, 내 마음이 이렇게 가벼워진걸 보니 집에 쌓인 짐들이 내 마음에도 무거운 짐이었나 보다.
불필요한 게 비워진 냉장고는, 문을 열면 딱 필요한 것만 눈에 바로 들어와서 요리하기도 한결 쉬워졌다. 안 입는 옷들이 비워진 옷장에는 지금 입는 옷들만 보기 좋게 정리돼 있어서 옷을 고르는 것도 수월해졌다.
모든 게 단순해지고 편해졌다.
이로 인해 내 삶의 질도 한층 더 높아진 것 같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느꼈다.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리고 비우는 것이라는 것. 지금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젠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
내 삶에 있어서도 무언가 가득 채우는 걸 우선으로 하기보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비워져야 또다시 채울 수 있다. 비워지고 가벼워진 마음엔 여유가 생긴다. 이 여유는 삶을 좀 더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운 새 집에서 지낸 지 어느덧 3일째가 되었다. 마치 오래된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듯, 오랜 짐들도 함께 덜어냈다. 비워낸 자리에는 여유와 여백이 생겼다. 그렇게 집은 한결 밝아지고 가벼워졌다. 정돈된 공간 속에서 내 마음도 좀 더 가볍고 편안하게 정리되는 것 같다.
가벼워진 이 집처럼, 내 삶도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더 단순해지길 바란다. 비워냄 속에서 여백과 여유가 깃든 삶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