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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Sep 14. 2023

김상욱 교수님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듣는 강연의 감동은 확실히 다르다

9월 13일에 부산 영도구청에서 김상욱 교수님의 영도 아카데미 강연이 있어 참석했다. 김상욱 교수님이 알려주는 과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교수님이 쓰신 책도 읽고, 교수님이 나온 영상도 하나하나 다 보고 있는데, 요즘 과학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이 나에게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교수님 강연에 참석해 보고 싶어서, 매일 교수님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봤다. 강연을 종종 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갈 수 있는 강연이 있으면 가보려고 매일 부지런히 검색했는데 마침 교수님이 부산 영도구청에서 영도 아카데미 강연을 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걸 보고 바로 영도 아카데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일정을 확인했다. 참석 신청을 9월 4일 9시부터 한다고 해서 알람과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그리고 강연일인 9월 13일은 내가 이 주에 유일하게 아이를 하원시키지 않는 날이었다. 이날은 남편이 쉬는 날이라 수지를 하원시키는 날이었고, 강연 시간도 오후 3시라 반차 내고 가기 적당했다.


신기하게 모든 게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유일하게 내가 시간 되는 날, 교수님이 가까운 부산에 강연을 오시다니! 간절히 원하니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운명처럼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신청 시작하는 날, 접수 창이 열리자마자 바로 접수를 했다. 정원이 320명이었는데, 거의 하루 만에 예약자가 다 찼다. 조금이라도 늦게 알았으면 기회를 놓칠 뻔했다.


강연 접수를 하고, 이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설렘으로 보냈다.


이전에 연예인 팬미팅에 가본 적도 없고, 작가 북토크도 가본 적이 없었다. 난 이런 유명 인사의 강연에 참석하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떨리고 궁금하고 설레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나의 최고 연예인(?)은 김상욱 교수님이다. 강연 당일에 강연 장소로 가면서 팬심을 가득 안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갔다.


시외버스를 1시간 반 타고, 사상 터미널에서 영도구청까지 또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거의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여정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강연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강연이었는데, 나는 교통비로만 몇 만 원을 썼다.


그래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마 돈 주고 보는 강연이었어도 난 갔을 것이다.


제일 앞 줄에서 강연을 듣고 싶어서, 3시 강연이었는데 한 시간 일찍 2시에 도착했다. 영도 아카데미에 1시간 전에 가면 앞 줄에 앉아서 볼 수 있다는 후기를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일부러 일찍 갔다.


영도구청의 지하 대강당에서 강연을 했는데, 대강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 곳곳에 교수님 강연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보며 내가 진짜 이곳에 와있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실제 이곳에 와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나에겐 하나의 꿈이 이루어진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강연장으로 들어가자, 1시간 일찍 간 덕분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난 바로 앞줄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무대와 정말 가까운 자리였다.


강연 시작 전까지는 교수님의 최근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를 곧 앞에서 실물로 볼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날은 왜 이렇게 긴장이 되던지, 뭘 잘 먹지도 못했다. 혹시나 배 아플까 봐, 먹는 것도 신경 쓰이고 조심스러웠다. 내가 강연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긴장을 하다니, 나 정말 교수님의 강연에 진심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강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대강당은 어느새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강당의 가운데 통로로 들어오시는데 내 눈앞에 교수님이 있다는 게 너무 반갑고 신기하고 감격스러워서 마음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며 겉으로는 크게 박수를 쳤다.


방송과 각종 영상에서 너무 자주 봐서 실제로 처음 봤지만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실물에서 나오는 포스와 뭔가 단단해 보이는 느낌은 화면에서는 잘 못 느낀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실물 첫인상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교수님은 이번에 내신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대한 내용을 강연하셨다.


지금 이 책을 나도 읽고 있는 중인데, 내가 읽은 내용을 저자인 교수님이 직접 설명해 주시니 혼자 읽을 때 보다 훨씬 더 이해가 잘되고, 와닿는 깊이가 달랐다. 들으면서 “어, 저거 책에서 본 내용인데 이런 말이었구나.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더 흥미를 가지고 귀 기울여 듣게 됐다. 책의 텍스트가 살아서 움직이며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교수님은 책을 통째로 삼킨 듯 책의 모든 내용을 정말 자세히, 그리고 재밌게 설명해 주셨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강연에 빨려 들고 있었다.


교수님 영상을 평소에도 매일 봐서, 과학을 재밌고 쉽게 설명해 주시는 분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며 강연을 들으니 다정한 물리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분이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PPT로 보여주시는 자료 내용은 주기율표라든지, 어려운 수식들이 있는 내용들이 자주 나오기도 했는데, 보여주는 자료는 우리 일반인이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일지라도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그 어려운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가 되고, 정말 재밌었다.


강연 내내 사람들은 “아~아~” 하며 호응을 했는데, 이건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에게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나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아~(그런 거구나)” 했으니.


그리고 가까이서 교수님을 보며 강연을 들으니, 교수님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오감으로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더 집중이 되고, 강사와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교수님의 열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진짜 이건 명강의다, 정말 최고다 하는 생각을 했다.


김상욱 교수님은 정말 어려운 과학을 쉽게 알려주시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 같다.


강연 한 시간 반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겁고 흥미로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강연을 듣다가, 나중에 마칠 시간이 되어가는 걸 알았을 때 너무 아쉬웠다. 엉덩이가 조금 고생스러워도 몇 시간은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교수님의 강연 내용이 전부 인상 깊고 좋았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모든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자들로 모든 물질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개별 원자가 결합하여 각각 다른 물질을 만들어낸다. 어떤 원자가 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물질이 나온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원자로 되어있고, 나 자신도 원자의 집합체다. 사람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CHON(탄소, 수소, 산소, 질소)이다. 우리의 몸은 이 원자들이 96%를 차지한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지금껏 문과인으로 과학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내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를 알게 된 것도 신기했다. 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런데 이제라도 알게 되니 새로운 나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았다.


■ ‘내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낸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각자가 사는 방식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보석 다이아몬드의 주 성분은 순수한 탄소일 뿐이다. 그런데 이 탄소가 땅속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견디다 보니 생성된 게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 자체가 특별한 게 아니다. 원래는 그저 탄소일 뿐인데, 이 탄소에 어떤 환경이 주어져서 다이아몬드가 된 것이다.


그리고 보석 중 오팔은 규산과 수분으로 구성된 돌이다. 규산만 있으면 그냥 일반 돌인데, 여기에 약 10% 정도의 수분이 함유되니 오팔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적은 양의 수분이 섞이지 않았다면 오팔은 그냥 돌일 뿐 인 것이다.


교수님은 이 얘기를 하시며 농담처럼 “다이아몬드에 집착 안 해도 돼요, 그저 탄소예요. 이런 보석에 집착 안 해도 돼요. 그저 규산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다른 성분이 조금 섞인 것뿐이에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과도 연결된다고 하셨다. 우리 인간도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다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내가 하는 생각과 경험, 방식에 의해 각자 삶이 달라지는 거라고 하셨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어디서 어떤 영향을 받고,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내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강연에 참석한 경험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작은 것도 결코 작지 않다. 작은 노력과 작은 성취가 축적되면 그것이 나에게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원자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도 해석이 될 수 있다니. 이래서 과학이 정말 매력 있고, 흥미롭다. 그리고 예시가 너무 확실하고 분명한 것도 과학의 매력인 것 같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서,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하는 등의 말은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원자 얘기를 하며, 너무나 분명한 사실에 대한 예시를 들며 인간에 대한 얘기로 이어지니 뭔가 더 확실하고 뚜렷하게 와닿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매일 기적 속에 살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우리가 아는 이 우주의 행성 중 우리 같은 인간 생명체가 사는 곳은 지구뿐이다. 일단 생명이 살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행성들은 물이 기체나 얼음으로 돼 있다고 하셨다. 금성의 온도는 480도고, 화성의 온도는 -140도다. 여기서 어떻게 물이 생기고 생명이 살 수 있겠나.


그런데 지구는 물 온도가 0도에서 100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인 물이 될 수 있다. 이런 물을 가지고 있는 지구라는 이 행성 자체가 기적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매일 기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셨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를 뿐이라고.


이 말을 듣는데 뭔가 머리를 띵하고 맞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산다는 게 매일 기적이라는 말은 너무나 많이 들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과학에서 말하는 기적은 이유가 너무 분명했다.


추상적인 기적이 아니라, 실제적인 기적으로 와닿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지구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고, 이 지구에 살고 있는 나도 엄청난 기적이구나 하는 게 실질적으로 와닿았다.


내가 매일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고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내가 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매일 기적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자연히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교수님의 강연은 나에게 계속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의 전환을 하게 했다. 실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근거로 하나하나 풀어주시며 얘기해 주시는 게 정말 재밌고 신기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따로 사인회 같은 건 없어서, 강연이 끝나고 교수님은 바로 나가셨지만, 그래도 차 타고 가시는 것까지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또 뵐 수 있기를 바라며 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실제로 강연을 들으니, 교수님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화면 속 영상에서는 다 전해질 수 없는 기운을 현장에서 온전히 잘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돈, 모든 게 전혀 아깝지 않았고, 충분히 들을만한 가치가 넘치는 강연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니 이제 해가 지며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어두워진 풍경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날 들은 강연 내용을 음미하며 생각했다. 마음이 풍요로워진 느낌, 그리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말 다녀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내 인생에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버스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산에 강연을 보러 잠시 여행을 다녀온 이날이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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