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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 ‘편안함의 습격' 후기

by 행복수집가

'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출판사 : 수오서재)


이 책은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은 특히 마음에 깊이 남았고, 내 생각과 태도, 습관까지도 바꾸어 놓을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


저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알래스카 지역에서 순록을 사냥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잠재력과 불편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깊이 느끼고, 인터넷도, 문명의 혜택도 전혀 없는 공간에서의 지루한 시간이 결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음을 말한다. 오히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알래스카에서의 경험은 저자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곳에서 얻은 깨달음과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지, 그 편안함이 나를 얼마나 나약하게 만들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불편함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고, 도전과 모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들었다.


내 안에 잠재된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한계를 직접 마주해봐야 한다. 물론 당장 생명의 위협을 무릅쓸 수는 없지만, 항상 편안함만 추구하기보다는 일부러 불편한 상황 속에 나를 던져보고, 불편함을 온전히 겪어보며 그 속에서 내 안의 힘을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불편한 건 항상 피하고, 편안한 게 최고라고 여기는 마음이 습관처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익숙한 태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내 안에 잠들어있던 도전정신이 깨어났고,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함에 익숙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나약해진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조상들은 맨몸으로 사나운 짐승을 사냥할 만큼 강인했다. 지금 우리는 첨단문명을 누리며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다고 말하지만, 그때처럼 맨몸으로 상대하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조상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은 것도, 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히려 열악하고 험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그 한계 상황들이 그들에게 초인적인 힘과 생존 능력을 길러 준 것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인류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지금의 우리보다 특별히 우월하거나 다른 유전자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호모사피엔스였다.


만약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 아마 우리 역시 그들처럼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애써 힘을 쓰지 않아도, 웬만한 일은 모두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고, 위험에 부딪히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더 강해질 필요도, 강해질 기회도 없었다. 모든 것이 편리해진 세상에서 그저 편안함만 누리며 살아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편안함이 우리를 점점 나약하게 만들고, 오히려 내면의 힘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나날이 편안해지는 거처와 냉난방이 조절되는 멸균의 장소에서 도전이라고는 일절 없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과식하며 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은 시인 메리 올리버가 말한 "야성적이고 소중한 삶"의 경험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작은 동그라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 잠재력이다' 하면서,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울타리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정말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배고픔을 느껴라'는 목차의 내용 읽으며, 진짜 배고픔이 아닌 가짜 배고픔에도 늘 즉각적인 보상을 해왔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은 주변에 먹을 것이 넘쳐난다. 지금 내가 있는 사무실만 봐도,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간식이 가득하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단지 먹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도 언제든 쉽게 무언가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


간식 하나를 먹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이, 아무 불편함 없이 욕구를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배고픔'을 불편한 감정으로 여기고, 그 불편함을 피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배고픔이 주는 불편함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끌어안아 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고픔에서 오는 불편함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허기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생리적인 배고픔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단지 현대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값싼 대처 메커니즘일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체중감량은 배고픔이라는 불편함을 동반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이런 불편함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이 문구를 읽고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배고픔은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내 태도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체중감량을 위해서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의식하고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안 그래도 요즘 감량을 하고 싶었던 나는 이 책을 읽다가 '배고픈 불편함에 저항해 보자,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자'라는 마음으로 식단기록을 시작하게 되었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뒤로 한발 물러서서 내가 얼마만큼 먹고 있는지, 왜 먹고 있는지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식단 기록을 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의식하게 되었다. 단지 이렇게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먹는 양이나 음식의 종류를 조절하게 되었고, 스스로 식습관을 통제하는 힘이 조금씩 길러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식단기록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내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좋은 습관 하나를 새로 만들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식단기록을 꾸준히 이어가며 내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내용은 '죽음을 생각하라'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티베트를 방문해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들을 적어놓은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티베트 사람들은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삶의 충만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그런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이들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이유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지금 이 삶을 함부로 살지 않게 되고, 삶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물질적인 것에서 얻는 일시적인 만족감보다, 지속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더 집중하면서 내면의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임종을 맞이할 때 가장 많은 후회를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사고'라는 중요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충만한 삶을 살게 만들어줄 필수적인 수단이죠.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깨달으면 체크리스트와 일상의 자질구레한 것들이 무의미해지면서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저자는 티베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큰 감명을 받았고, 그 감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마음이 나를 두려움에서 해방시키고, 불필요한 생각들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행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저자는 알래스카에서 순록 사냥을 하며 오랜 시간 지루한 순간들도 보냈다. 그곳에는 편히 쉴 곳도 없고, 인터넷도 안되며 문명도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백지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사냥하고, 자고, 먹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식량으로 가져온 식료품 라벨에 적힌 깨알 같은 글자들을 반복해서 읽기도 하며, 가만히 앉아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그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하루이틀 그렇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그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따분함은 동기를 자극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비집중모드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일어난다. 내면을 향하는 마음의 방황이자 휴식상태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더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집중하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복원하고 재구축한다.


나도 때때로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그 시간을 그냥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의미 없이 버려지는 시간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비어있는 시간,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은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거였다.


현대인이 집단적으로 겪고 있는 따분함의 결핍이야말로 인류의 정신적 피로를 거의 위기 수준까지 몰아가고 있는 원인일지 모른다.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창조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그런 시간이야말로 정신과 마음이 진정으로 쉬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한 시간, 비집중 모드의 시간을 맘 편히 즐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생각과 마음, 정신과 신체, 행동 그리고 삶 전반에 분명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변화가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강한 동기를 불러일으켰다.

내 태도와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 이 책을 다른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내 안에 들어온 것들, 마음 깊이 새겨진 생각들을 이렇게 글로 꺼내보고 싶었다. 직접 써보니, 책을 통해 느끼고 깨달았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는 것 같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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