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내가 예뻐진 그 여름'
나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그런 작품들을 보다 보면 10대들만의 순수한 감성, 발랄함, 열정이 어우러져서 청량하고 밝은 에너지가 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하이틴 드라마가 좋은 걸 보면, 내 안 어딘가엔 늙지 않는 10대의 감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문득 미국 하이틴 드라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라는 드라마를 알게 됐다.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푹 빠져서 5일 만에 시즌2까지 다 봤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즌3도 공개돼서, 즐겁게 보고 있다. 시즌3까지 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워낙 스토리가 재밌어서, 다음 화까지 술술 넘어가게 된다.
이 드라마의 대략적인 기본 줄거리는, 주인공인 벨리와 피셔스 가족은 어릴 때부터 서로 친하게 지낸 사이로 매년 여름 커즌스에 있는 피셔스 가족의 해변 별장에서 같이 여름을 보낸다. 그런데 평범했던 벨리가 16세가 되던 해에 교정기와 안경을 빼고 좀 더 성숙해지고 이뻐지면서, 형제인 콘래드와 제러마이아가 벨리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니까 형제가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다. 이 드라마 속에는 첫사랑, 실연, 성장, 가족 간의 사랑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기본 줄거리만 보면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력적이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흠뻑 빠져들게 된다.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 벨리의 연애 이야기를 몰래 엿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드라마의 연출과 연기, 배경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잘생긴 세명의 남자주인공들이다. 볼 때마다 눈호강을 했다.
이것도 역시 하이틴 드라마의 매력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제르 역을 맡았던 '개빈 까사레그노' 배우에게 완전히 빠졌다.
그리고 미국 하이틴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문화와 정서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여러 번 문화충격을 받았다.
일단 너무나 개방적인 성문화와 파티 문화는 항상 충격으로 다가온다. 처음 봐도 눈만 맞으면 키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키스한다고 사귀는 건 아니다. 다음날이 되면, 어제 키스한 친구와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도 있다. 그 순간 좋고, 마음이 끌리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충동적인 게 아닌가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성과의 스킨십을 쉽게 하는 듯해도, 진짜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진지한 관계가 시작되면 다른 이성에게는 스킨십을 조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나라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이성과 만나고 스킨십도 하는 편이지만, 가벼운 만남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오직 그 사람만 바라보며 진지해진다는 점이 무척 매력 있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상황이나 장면들이 나온다. 그러다 어느새 '내가 만약 그곳에 살았다면, 이런 문화 속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도 하게 된다.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나를 상상해 보는 것도 꽤 재밌고,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왠지 짜릿하기도 하다. 이런 게 대리만족일까. 좁고 막힌 공간에 있다가, 하이틴 드라마를 통해 벽 없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느낌이 든다. 내 생각의 영역이 조금 더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런 느낌이 참 좋았다.
이 드라마에서는 형제인 콘래드와 제러마이아가 벨리를 동시에 좋아하는데, 오랫동안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들이 친한 친구였던 감정에서 이성적인 감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벨리는 처음에 콘래드와 사귀다가 헤어지고, 동생 제러마이아와 사귀게 된다. 처음엔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하며 물음표가 마구 생겼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감정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공감하게 되고,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이들의 연애와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드라마 속의 형과 동생인 콘래드와 제러마이아는 각각의 매력이 확연히 달라서, 시청자 입장에선 누구를 선택할지 고르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나는 언제나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다정한 동생 '제르'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외모도 너무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너무나 솔직한 주인공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그런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백하면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보다는, 일단 지금 느끼는 감정에 충실했다. 이들은 사랑하는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고마운 마음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감정을 애써 감추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한 여자를 두고 형제가 갈등하는 내용이 있다 보니, 감정을 참아야 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참아야 하는 아픈 순간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구마'처럼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감정을 억누르며 힘들어할 때는, 나도 같이 애타고 아팠다.
이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는 로맨스지만, 벨리 가족과 피셔스 가족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도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하는 한 요소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누구보다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관계. 이 두 가족을 보면서, 이렇게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는 또 다른 가족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관계이기에, 그런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주는 좋은 영향이 이런 게 아닐까. 내가 실제로는 겪어보진 못했지만, 꼭 내가 겪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나로 살아보는 것.
드라마를 보고 있는 그 시간만큼은 마치 잠시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잠시 빠져들다 보면 기분전환도 되고 생각도 환기된다.
내 일상에 새로 열린 창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 시즌3'은 며칠 전인 7월 16일에 공개됐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막 공개된 따끈따끈한 시즌3을 즐겁게 보고 있다.
시즌 1, 2를 다 보고 지금 시즌3을 보고 있는데 매 시즌마다 정말 재밌다. 어느 한 편도 지루하거나, 이전 시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매 시즌마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고,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매년 여름 커즌스의 별장에서 마법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처럼, 나도 이번 여름에 이 드라마를 보며 특별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뒤, 매일 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을 보며 행복했다. 시즌3을 한참 보고 있는 요즘도 이 행복은 여전히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심오하고 진지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이고, 굳이 숨은 뜻을 찾아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밝고 단순하며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하이틴 드라마가 확실히 더 좋다.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은 나에게 새롭고 활기찬 자극을 주었고, 단조로운 일상에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청량한 여름에 잘 어울리는 청춘 로맨스 하이틴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