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 속에 담긴 아이와의 추억
수지는 요즘 색종이 접기에 푹 빠져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지가 색종이로 로켓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얼떨결에 유튜브 영상을 찾아 종이접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어릴 때도 종이접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잘해야 재밌고, 재미가 있어야 계속하게 되는데, 종이접기는 잘 못하다 보니 흥미를 느끼지 못해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가 해달라는 데 안 해 줄 수가 없다. 서툴러도 어떻게든 찾아서 하게 된다. 그렇게 수지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색종이 접기를 하게 되었다.
영상을 틀어놓고 보면서 만드는데, 수지도 내 옆에 앉아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꼼지락 거리며 로켓을 만들었다. 수지가 만들다가 어려워하면 영상을 멈추고 도와줬다. 그렇게 해서 우리 모녀는 함께 색종이로 로켓을 완성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다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뿌듯함이 컸다.
이 날을 시작으로 색종이 접기는 계속 이어졌다. 수지는 매일 저녁마다 종이접기를 하자고 했다. 어떤 날은 귀찮기도 하고 피곤해서 안 하고 싶기도 했지만, 수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종이접기를 하자고 하면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종이접기를 했다.
어느 날은 종이접기 영상을 찾아보다가 '하트상자' 접는 영상이 나왔는데, 수지가 이 영상에서 멈추더니 하트상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전에 접었던 것들보다 조금 더 어려워 보였는데 역시나 그랬다. 나는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다. 영상을 따라 한다고 했는데도 화면 속 모양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니 괜히 힘이 빠졌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수지에게 말했다.
"엄마는 못하겠어. 영상이랑 똑같이 안 돼."
그런데 수지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괜찮아. 10번 연습하면 돼. 연습 많이 하면 할 수 있어."
실망과 포기로 젖어있던 내 마음이, 수지의 이 한마디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웃음이 나왔다.
한번 해보고 안되니 그냥 포기하려던 나에게, 수지는 다시 하면 된다는 용기를 주었다.
'10번 하면 돼. 할 수 있어.'
아이의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다시 시도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래서 나는 다시 종이를 집어 들고 만들기 시작했다.
찬찬히 다시 하다 보니, 하트상자 모양이 나왔고 제대로 만들었다! 두 번째 시도 끝에 성공하니 한 번만에 된 것보다 기쁨이 더 컸다.
"수지야 엄마가 하트상자 만들었어!"
나는 수지가 완성된 하트상자를 보고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만든 건 여기(유튜브) 이모가 만든 거랑 다르게 생겼잖아~ 엉엉엉~ 이모는 하트가 이렇게 생겼는데 엄마는 이렇게 안 됐잖아 엉엉엉~"
수지는 내가 만든 하트 상자의 하트가 영상 속 모양과 다르다면서 울었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울면서 내가 만든 하트상자가 영상 속 이모가 만든 거랑 어떻게 다른지 조목조목 이유를 말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계속 새어 나왔다.
내가 열심히 만든 걸 보고 좋아해 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울면서도 할 말을 하는 그 모습이 심장이 아플 만큼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나는 수지를 안으며 "알았어 알았어. 엄마가 다시 해볼게." 하고 달랬다.
수지는 다시 만든다는 내 말에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렇게 하트상자 만들기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이게 뭐라고, 무슨 시험 준비하는 것 마냥 열심히 했다. 내 아이에게서 '합격'을 받기 위해 종이 접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세 번째 접을 때는 좀 더 익숙해져서 수월하게 따라 했고, 드디어 영상 속 하트상자와 같은 모양이 제대로 나왔다!
"수지야! 이것 봐봐! 이제 안이상하지?"
수지는 내가 만든 하트상자를 요리조리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지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세 번째 만에 완성한 하트상자는 나에게도 큰 기쁨과 뿌듯함을 안겨 주었다.
수지는 이 날 하트상자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 하트상자에 뭘 넣을지 고민하며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 모습을 보니, 열심히 종이접기 한 보람이 크게 느껴졌다.
처음엔 아이가 해달라고 해서 별생각 없이 시작한 종이 접기였는데, 어느새 나에게도 꽤 즐거움을 주는 활동이 되었다. 종이접기 하나 완성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생각보다 크다!
아마 아이가 아니었으면 나 스스로 종이접기를 할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통해 항상 크고 작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안 해본 것도 해보고, 잘 못한다고 생각해서 피하던 것도 하게 된다. 잘하든 못하든 시도를 하다 보니, 그 새로운 경험들이 나 자신을 한층 더 성장시키는 것 같다.
어느새 우리 집 한켠에는 종이접기 작품들을 모아놓은 공간이 생겼다. 구겨진 종이도 있고, 만들다 만 종이도 있고, 잘 만들어진 종이도 있다. 다양한 모양이 뒤섞여 멋진 작품을 전시해 놓은 느낌은 아니지만, 이 모든 흔적이 소중하다. 아이의 손길이 닿았고, 아이와 내가 함께한 시간들이 이 색종이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매일 하루하루가 아이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날들이다. 모든 날에 아이와 함께한 흔적이 남고, 그 흔적이 차곡차곡 쌓이는 순간들이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