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평일 오후의 여유
나는 회사에서 육아시간(2시간 단축근무)를 사용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퇴근하자마자 아이 하원 장소로 간다. 수지는 집 아파트 후문에서 4시 20분쯤 버스에서 내린다. 4시에 퇴근해서 이동하면 조금은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은 낮근무일 때는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그래서 남편이 낮근무를 하는 날이면 우리 세 식구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집에 모두 모이게 된다.
며칠 전, 남편이 낮근무를 한 날이었다. 내가 수지를 하원시키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은 살 게 있다며, 마트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수지에게 아빠랑 같이 마트에 갈 거냐고 물었더니, 귀찮은지 안 간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어서 "엄마랑 카페 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마트는 가기 싫지만 카페에는 가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남편에게 "수지가 마트는 안 가고 카페에 가고 싶데."라고 전했다.
남편은 그럼 마트 갔다가 카페에 가면 어떻냐고 했다. 나는 다시 수지에게 물어봤고, 수지는 오케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본 뒤, 카페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즐겼다. 아직 오후 5시도 채 되지 않은 여유로운 시간에.
평일 오후라 그런지 카페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우리가 간 곳은 베이커리 카페라 빵 종류가 많았는데, 남편과 수지는 각자 먹고 싶은 빵을 하나씩 골랐다. 나는 따로 고르지 않고, 두 사람이 고른 빵을 함께 맛보기로 했다
그렇게 평일 오후, 한산한 카페에서 우리 세 식구는 맛있는 빵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여유로움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우리 세 식구가 무사히 하원과 퇴근을 마치고, 이제 저녁만 먹으면 되는 하루는 무척 여유로웠다. 창 밖에는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한낮의 밝음이 서서히 옅어지며 저녁빛으로 물드는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에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지금 이 시간에 우리 식구가 카페에 있으니까 너무 여유롭고 좋아"라고 내가 말하자, 남편도 그렇다고 했다.
수지도 한껏 신난 모습이었다. 빵을 한 입 먹고는 우리가 앉아있던 긴 소파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즐겁게 뛰어다녔다. 마침 그 소파에는 우리 가족밖에 없어 더욱 자유로웠다.
나는 육아기 단축근무로 4시에 퇴근하고, 남편도 낮근무를 하고 4시에 퇴근했다. 수지도 4시에 하원한다. 우리 가족은 모두 4시에 마쳐서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문득 '4시의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6시에 퇴근했다면 평일에 세 식구가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4와 6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퇴근 시간으로 따지면 이 두 시간의 간격은 아주 크다. 그만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 있는 육아시간도 한정되어 있어서,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이런 여유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민 그 미래의 아쉬움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지금은 그저 주어진 이 시간과 여유를 감사히 누리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언젠가 당연하지 않게 될 시간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장면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오늘의 이 여유로움이 앞으로의 날들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