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둘만 집에 있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수지와 함께 놀이를 한다. 그 시간은 하루의 마무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우리의 루틴이다.
수지와 놀 때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 선곡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날은 피아노 연주곡을, 어떤 날은 재즈를, 또 어떤 날은 팝송을 고른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주 듣는 건 팝송이다.
너무 신나는 비트보다는 잔잔하게 배경을 채워주는 팝송을 좋아한다. 듣는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동시에 산뜻하게 환기되는 듯한 기분을 주는 팝송을 좋아한다. 이런 음악을 틀어놓고 수지와 놀다 보면, 조금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며칠 전, 그날도 여느 때처럼 내가 고른 음악을 틀어놓고 수지와 놀고 있었다. 그런데 수지가 갑자기 ‘행복의 씨앗‘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이 노래는 수지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인데, 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수지가 선곡을 요청하자 나는 틀어놓았던 음악을 멈추고, ‘행복의 씨앗’을 찾아 재생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집안의 공기가, 조금 전 팝송이 흐르던 때와는 전혀 다른 색으로 바뀌었다.
‘행복의 씨앗’을 부르는 맑고 청아한 아이의 목소리에 금세 빠져들었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어쩐지 마음을 간질이며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실 수지가 집에서도 종종 유튜브로 이 노래를 틀곤 했기에 노래를 알고 있긴 했는데 그날처럼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해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스피커에서는 ‘행복의 씨앗’ 노래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이패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노래 가사와 함께, 초등학생들이 직접 그린 따뜻한 그림들이 배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화면을 바라보며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맑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집안 가득 채워졌고, 그 속에서 수지의 목소리는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그동안 수지가 좋아하는 노래는 틀어주지 않았을까.
늘 수지와 놀 때는 배경음악으로 내가, 혹은 남편이 듣고 싶은 음악만 틀어두곤 했다. 정작 수지에게는 어떤 노래가 듣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수지 역시 우리에게 노래를 틀어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배경 음악을 틀었던 건, 수지와 놀 때 아무래도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다 보니 나 자신에게 좀 더 힘과 활력을 주기 위해서였다.
수지와 놀다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잠시 의지해서 수지와 노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이어나갔다. 잠시 노래에 정신을 팔고 나면, 조금 충전이 돼서 다시 수지와 노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신적 체력을 지키기 위해 음악을 틀었던 이유가 크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노래는 내가 원하는 것으로 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날, 수지가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틀었을 때 나는 새로운 기분과 힘을 느꼈다.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기운이 내 마음에도 따스한 힘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행복의 씨앗’ 노래를 시작으로 그 후로도 수지가 듣고 싶은 동요를 더 듣고, 전래동화 영상도 같이 봤다.
수지는 내 앞에 앉아 등을 기대며 편안하게 동요를 듣고, 전래동화도 함께 보았다. 나에게 기대어 있는 수지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행복으로 채워졌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수지와 함께하는 시간에 동요를 틀어놓고 같이 노래를 부르니, 행복이 한층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수지와 노는 시간에는 수지가 좋아하는 노래도 자주 틀어야겠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즐길 때 우리 시간이 더 따뜻하고 행복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