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소머리오름
10월 중순에 갔던 제주 여행 셋째 날, 우리 가족은 우도로 향했다. 그동안 여러 번 제주도에 갔었지만, 우도는 처음이었다.
아이에게도 우도에 가는 날은 특별했다. 난생처음 배를 탔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도 오랜만에 배를 타는 거라 설레었고, 수지는 처음 타보는 배가 신기한 듯 들떠있었다.
우도를 가기 전날까지만 해도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렸는데, 신기하게도 당일 아침에는 맑고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날씨가 좋은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도로 가는 배는 꽤 컸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수지는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신기해했다.
육지에서 보던 바다와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바다 위에서는 마치 내가 지구 한가운데, 광대한 우주 속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지도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바다를 감상하며 그렇게 잠시 머무는 사이, 금세 우도항에 도착했다.
이번 우도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전동카트 타기였다. 아담하고 귀여운 전동카트를 세 식구가 함께 타고 우도를 한 바퀴 도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재미있었다.
우리는 수지의 선택으로, 귀여운 토끼그림이 그려진 전동카트를 대여했다. 시동을 걸고 드디어 달리기 시작하자, 마치 장난감 차를 타는 듯 신기하고 즐거웠다. 차를 타고 달릴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세 식구가 작은 카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달리니, 그 모습만으로도 새롭고 행복했다.
전동카트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제주 본섬에서 배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우도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끝없이 이어진 푸른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이쁘다"는 말만 계속 흘러나왔다.
우리는 경치가 좋은 곳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하고수동해수욕장'에 도착하자 수지가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모래놀이도 했다
수지는 제주 바다에서 꼭 모래놀이를 할 거라며 진주에서부터 모래놀이 도구 가방을 야무지게 어깨에 메고 왔다. 드디어 그 가방을 여는 날이 된 것이다.
우도의 맑고 푸른 바닷물에 아빠랑 잠시 발을 담가본 뒤, 수지는 곧장 모래놀이 도구를 꺼내 들고는 신나게 모래 위에 앉아 놀이를 시작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수지는 오랜 시간 모래를 만지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도 함께 시간의 흐름을 잊을 만큼 평화로웠다.
나와 남편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만히 눈에 담았다.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답다니.."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눈앞의 풍경을 천천히, 그리고 깊이 마음속에 새겼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고, 그 감사함이 잔잔한 행복으로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수지는 모래놀이를 마음껏 즐기고, 우리 부부는 그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각자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 머문 뒤,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식당은 미리 정해두지 않았지만, 전동카트를 타고 우연히 마주친 한 돈가스 가게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들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 식당은 다른 메뉴 없이 오직 돈가스만 파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펼쳐졌다. 통창 너머로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우리는 돈가스를 주문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나온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자, 입안에서 정말 파티가 열리는 것 같았다.
우연히 들어온 우도의 한 식당이 내 인생 맛집이 될 줄이야. 다음에 우도에 또 오면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맛있었다.
기분 좋게 점심을 잘 먹고, 우리는 다시 우도 여행을 이어갔다.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며 경치를 구경하다가 구경하다가, '소머리 오름'에 들러보기로 했다.
오름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땅콩아이스크림도 샀다. 수지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맛있다며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혼자 다 먹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보는 내내 웃음이 났다.
소머리오름에 오르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끝없이 이어진 바다와 초록빛 들판,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소음이 모두 멀어지고, 오직 평화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리고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발견했다. 수지는 말을 보자마자 "말이다!" 하고 외치며 두 눈을 반짝였다.
우리는 함께 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동물원이 아닌 자연 속에서 이렇게 풀을 뜯는 말을 가까이서 보다니. 이건 정말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도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풀을 뜯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바라본 말의 자태는 생각보다 훨씬 우아했다. 탄탄하게 잡힌 근육과 윤기 나는 갈기, '말근육' 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우리는 한참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을 구경을 했다. 가만히 풀을 뜯는 모습도 신기했지만, 그 말들이 있는 풍경 자체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넓고 푸른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 깊은 곳까지 고요함과 평화가 스며드는 듯했다.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머물다 보니, 전동카트 반납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오름을 내려왔다.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면,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머물다 왔을 텐데. 이곳은 꼭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우도에서 제주도로 돌아오는 배안에서, 나는 자리에 앉아서 잠시 쉬고, 수지는 아빠와 함께 갑판 위로 나가 바다를 구경했다.
수지는 옆 사람들 손에 들린 새우깡을 갈매기들이 낚아채가는 모습을 보고 "꺄아! 꺄아!" 하며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배 위에는 수지의 웃음소리와 감탄이 가득 울려 퍼졌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피로도 모두 잊은 듯했다.
수지는 배에서 내릴 때까지 줄곧 갈매기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했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우리는 갈매기에게 줄 새우깡을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새우깡을 꼭 사서 갈매기들에게 직접 던져주고 싶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시 배를 타야 할 것 같다.
우리 가족 첫 우도여행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행복을 온 마음으로 느끼고 만끽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자유롭게 웃고, 즐거워하며, 그 어떤 거리낌도 없이 오직 행복만을 느낀 순간이었다.
너무 좋아서 아쉽고, 떠나기도 전에 벌써 그리움이 밀려오는 곳이었다.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되면, 꼭 다시 우도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