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매니큐어로 그려준 행복
어느 날 저녁, 수지는 아빠와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놀았다. 반짝이는 펄 매니큐어를 사달라고 해서 하나 사줬는데, 매니큐어를 보는 순간부터 수지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 이거 꼼꼼하게 발라줘!”
‘꼼꼼하게’라는 말을 유난히 힘주어 말하며 아빠에게 손을 내미는 수지가 귀여워서, 부엌일을 하고 있던 나는 절로 웃음이 났다.
부엌일을 하며 슬쩍 바라본 거실 풍경이 참 사랑스러웠다. 남편과 수지는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매니큐어 바르기에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남편은 수지의 작은 손발톱에 조심스레 하나하나 발라주었고, 수지는 그런 아빠의 손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꼭 작은 공방에서 작업하는 두 사람 같았다.
손발톱을 다 바르고 나서 수지는 “아빠도 내가 발라줄게!” 라고 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수지 앞에 손톱을 내밀었다.
이제는 수지가 아빠의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었다. 남편은 수지가 발라주는 매니큐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고 있었다.
딸 아빠는 어쩔 수 없다.
“내가 발라줄게!” 라는 말에 손발톱을 기꺼이 내놓고, 순순히 모델이 된다.
그리하여 남편은 반짝이고 화려한 손발톱을 가진 남자가 되었다. 왠지 얼굴까지 더 화사해진 것 같았다.
수지는 아빠의 손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즐거워했다. 나는 부엌일을 마치고 그들 곁으로 갔는데, 두 사람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소파에 발을 올린 채 발톱을 말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참 사랑스러웠다.
딸과 함께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나란히 누워 말리고 있는 아빠라니.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게 바로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수지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도 발라줄게!”
작은 손으로 내 발톱에 매니큐어를 톡톡 두드리며 야무지게 바르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덕분에 내 발톱도 반짝반짝해졌다.
그리고 나도 수지와 남편 옆에 나란히 누워, 소파에 다리를 올렸다. 그 순간, 우리 셋의 발톱이 조용히 반짝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세 식구는 발톱에 바른 매니큐어를 말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 소소한 순간이 행복해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정성스레 발라준 매니큐어,
그리고 딸에게 정성스레 매니큐어를 발라준 아빠.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매니큐어를 말리며 웃고 떠들던 그 시간. 그렇게 귀엽고 소중한 순간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이 소소하고 귀여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사진과 글로 남긴다. 오래 붙잡아 두고, 두고두고 꺼내 볼 방법은 이것뿐이다.
이렇게 쌓인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내 삶을 이루고,
그 속의 소소한 행복들이 내 인생의 기쁨을 쌓아간다.
그날의 작은 기쁨이 내 인생의 한 챕터에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됐다.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