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보다 즐거움이 더 중요한 아이
하원 길에 수지가 말했다.
“엄마 오늘 드럼 시간에 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어.”
‘너무너무너무’를 몇 번이나 강조하는 그 말이 귀여워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힘들었다는데 웃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웃음을 꾹 참고 물었다.
“수지야 드럼이 힘들었어? 드럼은 재밌을 것 같은데 왜 힘들었어?”
“응, 드럼을 너무너무 많이 했어.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 난 혼자 마음대로 해도 이쁘고 귀엽게 할 수 있는데.”
이 말을 얼마나 야무지고 똑 부러지게 하는지, 그 모습이 그저 귀여워서 속으로 계속 큭큭 웃음이 났다. 그런데 한편으론, 자기 마음대로 못하는 게 많다 보니 나름 참고 견디는 것들도 많겠구나 싶었다.
“그래 맞아, 수지는 혼자 해도 귀엽게 잘할 텐데. 수지 마음대로 못해서 답답하겠다.”
내 말에 수지는 다른 별다른 대답 없이, 내가 챙겨간 젤리를 냠냠 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수지는 친한 친구인 소O 이야기를 꺼냈다. 소O는 요즘 댄스 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저번에는 발레 학원에 간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댄스 학원을 간다고 해서 ”소O는 학원을 많이 가네”라고 내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자, 수지가 대답했다.
“나는 학원 안 가도 발레도 잘하고, 댄스도 잘해. 엄마 봐봐.”
그러더니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빙그르르 돌며 우아한 발레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맞아, 수지는 발레도 잘해!”
내 칭찬에 이어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태권도도 잘해!”
그러고는 주먹을 불끈 쥐고 두 팔을 앞으로 번갈아 내밀더니, 발차기도 멋지게 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덧붙였다.
“난 학원 안 가도 잘해.”
태권도하는 모습도, ‘학원 안 가도 다 잘한다’ 고 야무지게 말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하하하하~ 맞아 수지는 학원 안 가도 태권도 잘해. 정말 잘한다! “
그러자 수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나는 학원 안 가도 돼. 안 가도 다 잘해.“
어쩌면 수지의 이 자신감은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아서 오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었다. 누구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따지지 않고 그저 ‘즐기는 마음’에서 오는 자신감.
수지는 유치원에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게 힘들다고 했다.
댄스도 배우고, 드럼도 배우지만 겉으로 보기엔 보면 재밌는 활동 같아도 수지에게는 ‘주도적으로 즐길 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는 다른 친구들이 여러 학원에 다니는 걸 봐도, 학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수지에게 가고 싶은 학원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수지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안 가고 싶어”
수지는 그저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노는 걸 좋아한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집에 있는 피아노를 손 가는 대로 두드린다. 발레가 하고 싶으면 갑자기 발레동작을 하며 “ 엄마 이거 봐봐!” 하고 자랑한다.
수지는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한다. 정해진 틀이 없는 곳에서, 자기 방식대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원치 않아도 배워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즐겁지 않아도 필요해서 배우는 일도 많아진다. 그렇게 배우고 익힌 모든 것들은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 삶을 이루는 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아직 6살인 다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배울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선생님이 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적으로 하는 게 훨씬 즐겁다.
그래서 나는 수지가 마음껏 자유롭게 하도록 놔둔다.
스스로 흥이 나서 추는 춤, 자기 마음이 움직여서 부르는 노래,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손가락이 이끄는 대로 치는 피아노 소리. 그 모든 게 오히려 더 사랑스럽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가르치는 소리가 없는 곳에서 특별히 정해진 답이 없는 곳에서 수지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놀이를 창조하고 만들어가며 즐기는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인다.
나중에 수지가 좀 더 커서 학교에 가게 되면, 지켜야 할 규칙과 정해진 틀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 안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약속들을 배우고, 그 틀 속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수지가 지금처럼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고, 자신만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가는 마음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에서든 자신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틀이나 정해진 규칙에 매이지 않고, 자기답게, 자신을 잃지 않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너 자신을 잃지 말고, 너의 마음을 가장 위에 두고, 네가 중심이 되어, 너의 삶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
이 말을 수지에게 꼭 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