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딸기를 기다리는 마음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10월 중순만 해도 반팔을 입고 다닌 것 같은데, 하루 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이젠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해졌다.
날이 추워져서 아이에게 이제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지는 나에게 다시 되물었다.
"엄마, 내일 긴바지 입어?"
"응, 이제 추워서 긴바지 입어야 해."
내 말에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딸기 나오겠네?"
날이 추워져서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말에, 이런 질문을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지는 날이 추워지면 자기가 좋아하는 딸기가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게 너무 귀여워서 순간 웃음이 터졌다.
수지에게는 추운 날 긴바지를 입는 것보다, 이제 곧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추운 계절에 딸기가 나온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아이는 메모를 해두는 것도 아닌데, 6년 인생을 살면서 겪은 중요한 배움과 깨달음을 자기 안에 데이터처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 같다. 어디 따로 적어두지 않아도, 수지의 감각속에는 그 모든 것이 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키워드를 건드리면 그 기억들이 '톡'하고 튀어나온다.
'추워짐 = 딸기 나오는 계절'
이렇게 연결 되는것처럼.
수지는 오직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만 기억한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한다. 참 단순하고, 가볍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좋다.
아이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여름이 되면 물놀이를 할 수 있겠다며 좋아하고, 가을에는 노랗고 빨간 나뭇잎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하고, 추운 날이 오면 딸기를 먹을 수 있겠다며 좋아한다.
모든 계절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 계절을 반긴다. 옷을 얇게 입고 두껍게 입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계절에만 먹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좋아한다.
그런 수지는, 추워진 날씨에 옷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만 하던 나에게 달콤한 딸기를 떠올리게 해줬다. 이제 곧 모든 카페에 딸기 음료와 디저트가 가득해질 것이다. 마트 진열대에도 빨갛고 반짝이는 딸기가 빼곡히 들어설 것이다. 생각만 해도 달콤하고 향긋하다.
아이와 함께 먹는 딸기는 또 얼마나 맛있을까. 그 날을 기대하며, 추운 계절을 포근하게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