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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보낸 하루의 끝, 사랑만 남았다

아이가 남긴 사랑의 흔적

by 행복수집가

주말에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수지가 잠들 때까지 오롯이 수지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 수지를 위한 활동, 수지를 위한 하루를 보낸다. 온전히 육아에만 집중하는 날은 그만큼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에는 남편은 출근하고 나와 아이 둘만 있었다. 남편 없이 나 혼자 육아를 해야 하는 주말에는 그 체력이 빨리 바닥난다.


하루동안 남아 있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고 나면,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완전히 탈진한 나를 발견한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고, 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하다.


육아를 하면서 내 체력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얼마나 충전되어 있는지를 정말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체력소진'이라는 말에 대해 대해 별 의식이 없었는데, 육아를 하는 지금은 하루하루 내 배터리 잔량을 몸으로 체험하며 산다.


물론 체력 소모가 많아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힘들거나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그래서 더 행복하다.

때로는 힘들 때도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삐치는 수지와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그런 모든 순간이 결국 '행복'으로 남는다.




나의 하루 일과는 수지를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수지가 잠이 들면 "이제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구나" 하며 그 시간을 반긴다.


아이가 잠든 후의 집은 고요하다. 조용한 거실에 있으면 오늘의 육아가 다 끝났다는 게 실감 난다. 그때의 나는 거의 배터리가 바닥나, 온몸이 피곤함으로 가득 차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에 나와, 수지가 놀았던 흔적을 하나씩 정리했다. 흩어진 장난감을 치우다 보니 수지가 남겨놓은 귀여운 흔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장난감 아기 침대에 콩콩이 인형이 고이 누워 있었고, 침대 주변은 자장가가 나오는 책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 마치 콩콩이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준 듯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데,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한쪽 마음이 괜히 뭉클해졌다.


거실을 정리하다 말고, 수지가 남겨둔 이 귀여운 흔적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봤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치울 수가 없었다.


뭐랄까, 수지가 콩콩이를 많이 아끼고 챙긴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 작은 인형 하나에도 수지의 마음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 잠시 고요해진 거실을 둘러봤다. 피아노, 장난감, 부엌놀이세트 등. 수지를 닮은 물건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 모든 것에 수지의 손길이 묻어있었다.

그래서일까, 우리 집이 유난히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우리 부부가 쓰는 물건만 있었다면, 아마 집은 훨씬 깔끔했을 것이다. 그저 '깔끔'. 그것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지의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물건들이 우리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 수지의 흔적이 유난히 애틋하고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그 흔적을 보며 하루동안 쌓였던 피로가 자연스레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육아를 하며 쌓인 피로들이 조용히 흘러가고, 내 마음에는 사랑과 감사만이 남았다.


수지와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는 행복, 그리고 수지가 내 곁에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느껴지는 감사. 이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을까.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하다.


그 마음들이 유난히 진하게 스며들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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