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를 나누며 행복을 느끼는 아이
요즘 수지는 하원하고 나면 놀이터로 향한다. 작년, 다섯 살 때는 하원 후 거의 매일 놀이터에서 놀곤 했는데, 여섯 살이 된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놀이터엔 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한동안 그렇게 집으로 바로 오더니, 요즘엔 다시 하원 후 놀이터에 들러 발도장을 찍고 있다.
집 앞 놀이터에는 수지보다 어린 동생들이 많다. 아파트 단지 안에 어린이집 아이들이 하원하고 나면, 하나 둘 놀이터로 모여든다.
수지도 아직 어리지만, 더 어린 3, 4세 아이들을 보면 정말 작은 인형 같다. 귀여운 아이들이 꼬물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지고 기분이 귀여워진다.
수지는 또래 친구가 없어도, 혼자서도 잘 논다. 놀이터에서 동생들과 어울려 노는 건 아닌지만, 아이들이 가득한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하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하다가, 재밌는 장면을 보면 혼자 깔깔 웃기도 한다. 그네를 타다가 옆에서 동생이 기다리고 있으면 적당히 타고 스스로 양보도 하고, 다른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을 땐 조용히 옆에서 기다린다.
그런 수지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많이 자란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나는 수지가 그네를 밀어달라 하거나,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를 하자고 할 때만 함께 논다. 그 외의 시간에는 벤치에 앉아, 놀고 있는 수지를 관찰하듯 바라본다.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수지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이렇게 노는구나' 하고 느끼며 지켜보는 그 시간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하다.
수지는 놀이터에서 놀 때면, 내가 가방에 늘 챙겨두는 간식꾸러미에서 젤리나 과자를 꺼내서 먹었다. 젤리봉지를 손에 들고 먹고 있으면, 어느새 어린 동생들이 다가와 "젤리 젤리" 하며 손을 내민다. 그 모습은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들 같았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여운 장면이었다.
수지도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동생들이 내미는 손에 젤리를 하나씩 올려 주었다.
젤리를 받은 동생들은 젤리를 입에 넣자마자, 다시 해맑은 얼굴로 놀이터를 뛰어다녔다. 아이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순수함과 귀여움이 참 사랑스러웠다.
수지는 젤리를 나눠주고 나서 한껏 뿌듯해했다. 나눠주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더 즐거워진 듯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나는 수지에게 물었다.
"수지야, 동생들한테 젤리 나눠주니까 좋아?"
"응 좋아."
"그래, 나눠 주는 건 좋은 거야."
"응, 좋은 거야!"
나눠주는 즐거움을 알게 된 수지는 그다음 날에도 놀이터에 가서 젤리 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들이 젤리 달라고 모여들면, 기다렸다는 듯 젤리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그렇게 젤리를 나눠주고 나서 환하게 웃는 수지를 보고 있으면, 나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요즘 수지는 매일 젤리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놀이터로 향한다. 그리고 젤리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동생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수지를 보면 늘 젤리를 달라고 오던 동생이 한 명 있었다. 그런데 그 그 동생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엄마, 젤리 달라고 하는 동생이 오늘은 없어." 하며 아쉬워했다.
수지는 젤리를 나눠주며 자기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눠줄 수 있는 걸 즐겁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정말 그렇다.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기쁨도 크지만, 나눠주는 기쁨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기뻐한다면 내 마음의 행복은 배가 된다.
수지가 놀이터에서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 또 하나의 배움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