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찍는 엄마의 마음

엄마가 남긴 아빠의 입원 기록

by 행복수집가

저번 주에 친정 아빠가 허리 수술을 하고 입원하셨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회복도 순조로워 입원한 지 4일 만에 퇴원하셨다. 수술과 입원 기간 동안 아빠의 곁은 엄마가 지켰다. 엄마는 아빠를 세심하고 살뜰하게 챙기셨다.


아플 때 관심을 가져주고 돌봐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픈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 마음의 힘은 몸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아빠도 분명 그러셨던 것 같다. 엄마가 건네는 그 마음에 힘입어 더 빨리 회복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입원해 있는 동안, 엄마는 가족 단톡방에 매일 아빠의 상태를 전해주셨다. 언제 수술을 했는지, 몇 시까지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지, 언제 MRI 촬영을 하는지 등 아빠의 몸 상태와 진료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아빠의 사진과 영상도 함께 올려주셨다. 그 모습이 마치 아빠를 밀착 취재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아빠에게 마음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엄마가 아빠 사진과 영상을 찍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아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기록하듯,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아빠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아빠를 찍는 행위는 곧 관심이었고 애정이었다.


글 몇 줄만으로도 아빠의 상태를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글에 사진과 영상까지 더했다. 사진을 찍는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관심과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가 보내준 아빠의 사진 속에서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만약 글로만 아빠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면, 아빠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실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얼굴을 보니 지금 어떤 상태인지가 훨씬 생생하게 전해졌다.


수술 당일, 엄마가 보내준 사진 속 아빠는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느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찍은 사진 속 아빠는 확실히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얼굴만 봐도 '아, 안색이 좋아졌구나' 하고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아빠가 퇴원한 날, 엄마에게서 "아빠 퇴원하고 집에 왔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집에서 식사하고 있는 아빠의 영상이 도착했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영상 속 아빠는 밥을 먹다가 엄마가 영상을 찍고 있는 걸 보고 "뭘 그리 찍노" 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 장면을 보는데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퇴원해서 집에 와 밥을 먹고 있는 아빠를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영상 속에 엄마의 모습은 없었지만, 그 영상을 찍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분명히 보였다.


'무사히 퇴원해서 다행이야'라는 마음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찍고 있었을 엄마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졌다.


부모님 영상을 많이 찍어 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나중에 곁에 안 계실 때, 부모님 목소리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며 그럴 때 영상 하나 남겨두지 않은 게 정말 속상하다고들 한다.


굳이 언젠가 올 그날을 지금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부모님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날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온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지금 부모님의 모습을 많이 담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사진첩에는 '친정식구들'이라는 폴더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 친정식구들의 사진과 영상이 담겨있다.


이 사진첩에는 내가 직접 찍은 부모님 영상보다 엄마가 찍어준 아빠의 사진과 영상이 훨씬 더 많고, 어느새 이 폴더에 426장의 사진이 쌓였다.


언제든 부모님이 그리울 때 이 폴더를 열어보면 마치 곁에 계신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이번에 엄마가 찍어준 아빠의 수술, 입원, 퇴원 날의 사진과 영상도 그 폴더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되면 입원해 있던 아빠의 모습뿐 아니라, 퇴원할 때까지 곁을 지킨 엄마의 따뜻한 마음까지 함께 떠오를 것 같다.


두 분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챙기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찰나처럼 지나가는 지금 이 순간의 부모님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더 많이 담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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