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기엔 편지가 가장 좋다
어제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이 친구는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같은 대학에 같은 과를 다닌 친구다. 대학생 때부터 친해져 대학 시절 내내 항상 함께였고, 졸업 후에도 주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하며 지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백수로 지내던 때, 첫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던 시간과 퇴직과 이직을 거치는 모든 순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같이 고민하던 날들도 있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는 얼굴을 마주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 웃음으로 그 답답함을 털어내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 둘 다 결혼을 했고, 나는 육아를 하면서 예전만큼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 연락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멀어졌다는 느낌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꽤 길고, 이런저런 시절을 함께 지나오며 단단한 추억을 쌓아왔기에 우리의 우정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평소에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지만, 새해에는 꼭 안부 인사를 전하고 서로의 생일만큼은 빠짐없이 챙긴다.
어제, 친구의 생일을 맞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작은 선물을 하나 보냈다. 그리고 손 편지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장문의 글을 카톡으로 함께 전했다. 잠시 후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런 장문의 카톡을 너무 오랜만에 받아봐서 뭔가 뭉클해. 살짝 눈물 날 뻔했어. 우리가 얼굴은 자주 못 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잘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생일날에도 서로 축하할 수 있는 거겠지. 네가 말해줘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나네. 진짜 시간 내서 얼굴 보자. 선물도 너무 고마워."
그 메시지에서 친구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내 마음이 닿았다는 게 느껴져서 참 행복했다.
자주 연락하면 더 좋겠지만, 자주 연락하지 못하더라도 늘 마음 한편에는 그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가끔 하는 연락일수록 '너를 항상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어.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참 소중해' 이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싶었다.
그 마음을 담기에는 편지보다 좋은 게 없다.
기프티콘 하나에 그 마음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선물이라도 마음을 담은 글이 없다면, 그저 '물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담은 글과 함께 건네는 선물은 다르다. 상대에게 오래 남는 감동과 따뜻함을 전한다.
친구 역시 내가 보낸 선물보다, 함께 보낸 편지에 더 크게 감동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일이 되면, 선물과 함께 꼭 마음을 담은 글을 보낸다. 그리고 그 글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동을 표현해 주었다.
마음이 담긴 글 앞에서 마음이 녹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때마다 '글이 가진 힘'을 새삼 실감한다.
진정한 마음을 전하기에는 글보다 좋은 도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이번에도 친구에게 생일 편지를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서로의 소식을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굳이 "잘 지내?"라고 묻지 않아도 피드만 보면 알 수 있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짧은 댓글로도 연락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물론 그것 또한 관심과 안부의 한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깊은 마음까지 전하기는 어렵다.
어느새 우리는 빠르게 스쳐 가는 피드와, 터치 몇 번으로 끝나는 모바일 선물에 익숙해지며 시간과 마음이 조금 더 필요한 '편지' 같은 선물에는 소홀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건넬 때마다 그 감동이 더 깊게 다가오는 건 아닐까.
내가 보낸 장문의 글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늘 비슷하다.
"이런 글 정말 오랜만이야. 너무 감동이야. 고마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주길 원하고, 자신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느낄 때 진짜 행복해진다는 걸.
그래서 나는 자주 편지를 쓴다.
가족의 생일에, 친구의 생일에, 지인들의 경조사에, 직장 동료가 퇴사를 할 때에도.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위로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글을 쓴다. 글로 마음을 전한다.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깊은 행복을 느낀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이렇게나 행복하구나.'
이 행복을 앞으로도 오래, 그리고 더 자주 느끼고 싶다.
연말이 다가오고, 곧 새해가 온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싶다.
마음의 온기를 전하며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