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소가 건네준 가벼움

점심시간, 옷 매장에서 생각의 환기

by 행복수집가

나는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한다. 자연을 보고, 햇살을 받고, 피부로 바람을 느끼며 걷는 산책길은 언제나 좋다. 걷는 동안 자연이 건네는 생명 에너지를 가득 받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그저 걷기만 하는 것도 충분히 좋지만, 가끔은 조금 다른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늘 걷던 길 대신 다른 길로 가보거나, 서점에 들르거나, 옷 매장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익숙한 장소가 아닌, 아주 조금이라도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기분이 달라지고 생각이 환기되는 걸 느낀다.


어제 점심시간에도 문득 새로운 곳에 가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회사 근처 탑텐 매장에 들어갔다.


옷을 사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자극이 되고, 기분전환이 됐다.


나는 여자 옷 코너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드는 옷이 눈에 띄어 몸에 대보기도 하고, 여러 색깔 중 어떤 색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옷을 고르고 색을 비교하는 그 과정 자체가 꽤 즐거웠다.


어느새 옷 고르기에 꽤 집중하고 있었다. 할인 중인 제품도 많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하나쯤 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들면 사도 된다’고 생각하니, 더 천천히, 더 꼼꼼히 보게 됐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볼 필요는 없었다.


“어? 이건 나한테 어울리겠는데?”
“이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런 것들만 골라 꺼내 보았다.


그렇지만 평소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이나, 요즘 유행하는 옷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옷 매장에서 구경을 하다 보면,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옷들이 ‘내가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는’ 선택지가 된다. 그 선택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느낌이 이상하게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분명한 결정권자라는 감각이 나 자신을 또렷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살까 말까 고민했던 옷이 두 가지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국 모두 내려놓았다.


한 번쯤 입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할인 폭도 커서 망설여졌지만 자세히 보니 나에게 잘 어울리는 디테일은 아니었고, 아마 사더라도 자주 입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내려놓았다. 두 손도, 마음도 가볍게 비운 채 매장을 나섰다.


매장에 들어갈 때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복잡한 생각을 안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즐겁게 구경하고 나오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 어딘가에 쌓여 있던 먼지 같은 생각들이 다 흩어진 느낌이었다.


늘 가는 곳이 아닌 장소, 익숙하지 않은 공간, 새로운 장소에 가면 기분전환이 될 뿐만 아니라 생각을 비우고 정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장소는 생각에 창문을 하나 열어준다. 그 창문으로 시원한 바깥공기가 들어오고, 방 안에 갇혀 있던 텁텁한 공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확실히 새로운 장소는 생각과 마음의 환기시켜 준다.


조금 더 가벼워진 기분으로 회사로 돌아오는 길, 눈에 들어오는 풍경마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자연이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햇살이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조금 차갑지만 맑은 겨울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생각의 환기, 기분 전환을 제대로 했던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어떤 장소에서 내가 편안해지는지,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지 나에 대해 알아가고 경험해 가는 시간들이 좋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며, 내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촘촘히 채워가는 이 일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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