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한마디에 달라보이는 세상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던 아이의 말

by 행복수집가

얼마 전, 새벽에 비가 온 다음 날 아침이었다.

집을 나서자 땅과 나무가 아직 비에 젖어 있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새벽에 비가 왔나 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는데, 수지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기 나무 위에 얼음이야? 물이야?"


수지가 가리킨 곳은 나뭇가지였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마다 물방울이 촘촘히 맺혀 있었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빗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 저건 얼음이 아니고 물이야."


내 말을 들은 수지는 다시 한번 나뭇가지를 유심히 바라봤다. 나무가 워낙 키가 커서 수지가 보려면 고개를 한참 위로 들어야 했다. 작은 고개를 한껏 들어 올려 물방울을 들여다보던 수지가 말했다.


"엄마, 저거 크리스마스 불빛 같아."


수지가 말한 크리스마스 불빛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전구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작고 투명한 물방울들이 나뭇가지마다 달린 전구처럼 보였다.


"우와, 그러네. 정말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같다."


물방울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해내는 게 기특하고 신기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걸음을 늦추고, 나뭇가지에 맺힌 작고 귀여운 물방울들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수지는 보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바라본다. 그 마음이 참 예쁘다. 수지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나뭇가지에 물방울이 그렇게 많이 맺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수지 덕분에 나는 자연의 귀여움을 더 가까이서 보고 느끼게 된다. 작은 것 하나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아이 곁에서, 나 역시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는 것 같다.


그날 출근 후,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또다시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을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이었지만, 아침에 수지가 했던 말이 떠올라 나뭇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새벽에 내린 빗물은 한낮이 된 점심시간에도 여전히 물방울로 남아 있었다. 구슬 같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진주알 목걸이로 한껏 치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들여다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에게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이 하나둘 늘어난다. 내가 미처 감각하지 못했거나, 어쩌면 잃어버렸던 감각들을 아이 덕분에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바라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받은 많은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이 '긍정적인 시선'인 것 같다. 이 시선 덕분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자주 발견한다.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크리스마스 불빛을 떠올리는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하며, 오늘도 나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작고 예쁜 모습들을 하나씩 발견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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