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는 나
지난 주말에는 외출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웬만하면 주말마다 아이와 밖으로 나가는 편인데, 그날은 날씨도 너무 춥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집에만 있을 걸 미리 예상하고, 전날 회사에서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 도안을 출력해 두었다. 만들기 도안 책도 한 권 구매했다.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며 놀다 보면 집에서도 시간이 금세 지나가겠지 싶었다. 내 예상대로 수지는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고, 집중해서 한참을 잘 놀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수지에게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으니 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집에 김밥김이 있었고, 햄과 단무지 정도만 사면 될 것 같아 잠깐 마트에 다녀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김밥을 만들었다.
재료는 간단히 세 가지만 넣고, 치즈를 모양 틀로 찍어 김밥 위에 올려 주었다. 수지가 소풍 갈 때마다 해주던 김밥 스타일인데, 수지는 이렇게 모양낸 치즈를 김밥 위에 올려 주는 걸 특히 좋아한다.
집에서 먹는 김밥이지만 소풍 김밥처럼 준비해 주었더니, 역시나 수지는 무척 좋아했다.
나는 결혼 전에는 요리를 할 줄도 몰랐고, 흔히들 해본다는 김밥조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가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금세 김밥을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 자신을 보며 문득 ‘아, 나 업그레이드됐구나. 레벨 업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그날 만든 김밥은 수지가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만든 김밥을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김밥을 잘 먹는 수지를 보니, 아이가 태어나 지금까지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이가 성장한 만큼, 나 역시 많이 성장해 왔다는 걸 느꼈다.
아이가 크는 모습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컸다’는 걸 자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엄마로 성장하고 있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쉽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가 먹고 싶다고 말한 음식을 바로 만들어내는 나를 볼 때, 비로소 내가 자라고 있었다는 걸 조금은 실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손도 대지 못하던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원래 요리를 잘 못하던 사람이었기에, 지금 요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 대견하게 느껴진다. 아이와 함께 성장해 온 나를 바라보며, 나 자신을 꼭 안아 주고 싶고, 진심으로 칭찬해 주고 싶다.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이가 크는 만큼, 나 역시 잘 자라고 있었다.
나도 이만큼 성장했고, 많이 자라 있었다.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는 만큼, 나도 엄마로 성장해 가는 시간이 길고 깊어질 것이다. 아마 평생 배우며 성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며 기쁘고 행복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엄마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