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뭘 좋아해?"로 시작된 생각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뭘 좋아해?”
앞뒤 맥락 없는,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뭘 좋아하냐고?” 하고 되물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같은 구체적인 주제도 없이 그저 ‘뭘 좋아하냐’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그래서 일단, 내가 가장 확실하게 좋아하는 걸 대답했다.
“엄마는 수지를 좋아하지.”
그러자 수지는 곧바로 말했다.
“아니, 수지 말고 다른 거.”
그제야 나는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는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
수지는 “아~” 하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말해주었다.
“나는 장난감도 좋아하고 자전거도 좋아해. 히히.”
나는 그 귀여운 대답에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수지는 장난감이랑 자전거를 좋아하는구나.”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짧게 끝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하던 일을 이어갔는데, 수지가 던졌던 ‘뭘 좋아하냐’는 그 질문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서 내가 뭘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게 참 오랜만이었다.
나는 평소 일기를 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주 글로 옮기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는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그 질문을 받으니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관찰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는 기분이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산책, 독서, 글쓰기.
늘 해오던 것들이고, 할 때마다 행복을 느껴서 아주 오래도록 좋아해 온 활동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바로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지도 않았고,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도 아니었다.
지금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와 글쓰기, 산책이라고 곧바로 말할 수 있지만, 몇 년 전의 나는 그런 취미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시절의 내가 불행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이것저것 해 보고, 찾고, 헤매던 시간이 있었다. 나에 대해 알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싶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그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문득 그때를 떠올리니, 지금의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를 때의 삶과,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
아주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내 취향과 취미, 내가 좋아하는 장소와 활동, 음식과 사람, 책들을 알아갈수록 삶은 점점 더 다채로워진다.
좋아하는 것이 하나여도 그 하나로 충분히 좋고, 여러 가지라면 또 그래서 좋다. 내가 즐기고, 행복과 평온함을 느끼는 것들이 있다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아이가 나에게 던진 작은 질문 하나로, 나는 잠시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는 가끔 이런 질문들로 내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문을 열어준다.
매일 보는 엄마이지만,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계속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아이 덕분에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자주 떠올리고, 기억하게 된다.
나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주는 아이에게 고맙다.
그 관심이 내 마음의 정원에 하나둘 꽃처럼 피어나는 것 같다.
아이의 마음에 응답하듯, 나 역시 나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자주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곁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려고 한다.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며, 내 삶을 사랑하는 법도 함께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