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이소연
(출판사 : 돌고래)
[독서기간 : 26.2.23-26.3.11]
화려한 패션업계 뒤에 숨겨진 어둡고 비참한 현실을 모두 본 것만 같았다. 패스트패션이 화려함을 드러내는 그 이면에는 심각한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가 있었다.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400만 명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의류 산업에 종사하는 이 지역에는 의류공장 8000여 곳이 한데 몰려 있다. 그 여파로 한 때 맑은 물이 흐르던 부리강가강은 이제 공장에서 버려진 옷들로 가득 차 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천과 버려진 섬유쓰레기가 물이 흘러야 할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이다.
어떤 옷도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런데 가위질로 도려내지는 것은 천 감만이 아니다. 인도 농부의 생명, 방글라데시 다카의 여성 노동자의 인권도 함께 도려내지고 있다.
이 책은 퍠션업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낱낱이 다 보여준다.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입지 않는 옷들이 어디로 버려지는지, 그리고 그 옷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까지.
버려진 옷이 쌓이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더 저렴한 임금으로 더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노동을 착취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 쇼핑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충동적으로 사놓고 결국 입지 않았던 옷들이 떠올랐다.
싸다는 이유로 그냥 샀던 옷,
핸드폰을 보다가 순간 혹해서 결제했던 옷,
계획 없이 사놓고 결국 옷장 속에 묻혀버린 옷들.
그렇게 이미 충분히 많았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옷을 사고 있었다.
옷을 만드는 회사들의 잘못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나 역시 이 구조를 유지시키는 소비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인식과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능하면 내가 가진 옷을 오래 입기.
✔️옷을 그냥 버리지 않고 기부하거나 재활용할 방법을 찾기.
✔️옷이 필요하다면 새 옷이 아니라 중고 옷을 먼저 살펴보기.
그리고 무엇보다, 옷을 충동적으로 사지 않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옷이 무엇인지, 나에게 잘 어울리고 편안한 옷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명히 아는 것. 그렇게 나에게 맞는 옷을 선택해야 오래 입을 수 있고, 결국 새로운 옷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데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열 벌씩 사던 옷을 한 벌이라도 줄인다면 온라인 쇼핑 택배를 받아보는 대신 중고품에서 내 것을 찾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전례 없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 하나 변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알고 행동해 온 사람들의 노력에 나도 뒤늦게라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뒤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을 테니까.
옷 소비가 줄어야 패션 회사들도 생산량을 줄일 것이고, 그래야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내 생각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옷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기부할 옷들도 정리해서 모아 두었다. 중고 매장에도 마음을 열고 가서 옷 구경을 해보았다.
얼마 전에는 단추가 떨어져 버릴까 고민하던 옷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 단추를 사서 직접 바느질을 해 다시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작은 일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버리고, 또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 옷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나 역시 옷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새 옷을 계속 사지 않아도 충분히 나를 꾸밀 수 있고, 만족하며 옷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며,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괴된 자연과 희생된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닭장 같은 공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옷을 만들어야 했던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들, 그 착취 속에서 목숨까지 잃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죄책감도 느껴졌다.
그래서 앞으로는 옷을 사는 일을 멈춰보려고 한다.
물론 평생 단 한 벌도 사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잊지 않고, 옷을 덜 사고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미 가진 옷을 더 오래 입기 위해서.
가장 친환경적인 옷은 ‘최대한 오래 입는 옷’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가장 친환경적인 옷은 파타고니아의 유기농 목화 플리스도, 프라이탁에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도 아니다. 내가 가진 옷을 최대한 오래 입는 게 가장 친환경적이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찾아보거나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구매하기보다 보유한 옷과 아이템을 두고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
친환경 제품이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새로 사는 것보다 지금 내가 가진 옷을 최대한 오래 입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실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옷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게 되고 나니, 의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나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옷 쇼핑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고 싶은 사람인지.
그 질문들을 이전보다 훨씬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알게 되면, 옷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함부로 사고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된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만 선택하며 삶에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버려질 것들을 끌어안고 사는 삶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 곁에 남아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