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과 함께 아이 유치원에 가서 하원을 하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았다. 그리고 집에 가기 전, 마트에 들렀다.
주차를 하고 매장이 있는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그 안에서 수지 친구를 만났다.
수지는 “어? 00다!” 하더니 자연스럽게 친구 옆에 섰다. 그렇게 잠시 함께 있다가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그때 남편이 말했다.
“수지는 어딜 가나 친구가 많네. 아빠는 없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 나도 없는데.”
그리고 남편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래도 내 친구는 여기 있잖아. 오빠가 내 친구잖아. 우리가 서로의 친구지. 그럼 됐지 뭐. 친구는 한 명이면 충분해.”
그 말은 진심이었다.
학창 시절에 친했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었다. 그때 친했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깊게 이어지는 친구는 없다.
가끔 연락은 하지만, 만남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졌다. 그렇다고 서운하거나 섭섭하지는 않다.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니 마음도 담담하다.
지금 내 곁에는 둘도 없는 친구인 ‘남편’이 있다.
그리고 어리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내 아이도 있다. 그래서인지 친구가 없다는 허전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에게 가장 편하고 가까운 친구는 결국 가족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노느라 바빠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동생들도 이제는 내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지원군이 되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고, 참 든든하다.
남편 역시 내 인생에서 만난 선물 같은 인연이다.
세월이 흐르고 가정을 이루면서 ‘친구’라 부르던 이들과의 만남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남편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그래서 나는 남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는 것도, 친구가 많은 것도 좋겠지만 얕은 다수보다 깊은 소수가 더 소중하다는 마음이다.
좋은 관계는 삶을 더 풍성하고 충만하게 만든다.
내 곁에 있는 남편과 아이, 그리고 가족들이 바로 그런 존재다. 이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그날, 가장 친한 친구인 남편과 사랑하는 우리 수지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으로는 남편이 구워준 삼치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이게 바로 행복이지.
마음이 통하고, 서로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는 이런 평범한 일상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남편이 내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다. 우리 오래도록 친구처럼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