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가득한 계절에 남편이 건넨 말

남편 마음에 피어난 꽃

by 행복수집가

요즘은 어딜 가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가는 길마다 꽃길이고, 다채로운 색으로 길을 물들이는 풍경을 보며 매일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이 계절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내 남편이다.


남편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 계절이, 남편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면 몸살감기처럼 컨디션이 떨어지고, 목이 아프고, 두통까지 찾아온다. 며칠 전에는 병원에도 다녀왔다.


몸이 좋지 않아도 직장에는 가야 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버텨내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남편이 괜히 더 안쓰럽고 마음이 쓰였다.


어제저녁에는 남편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다가 꽃가루 때문에 고생하는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요즘 어딜 가나 꽃이 너무 예쁜데, 오빠는 꽃구경도 제대로 못 하겠다.”


아쉬움이 묻어난 말이었다.


남편은 컨디션이 안 좋아 힘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너랑 수지만 보면 돼.”


순간,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가 다시 따뜻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말에 마음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랑 수지가 꽃이지. 우리 실컷 봐. 우린 꽃가루도 없어.”


우리는 그렇게 농담 같지만 진심인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다.


남편은 꽃이 가득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꽃을 멀리해야 한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봄이다.


하지만 남편 곁에는 가까이할수록 더 좋은 꽃이 있다.
나와 수지라는 꽃.


남편이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그 마음이 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겉으로는 차분하고, 조금은 무뚝뚝하고 냉정한 면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 보니 가벼운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감정을 꾸며서 말하지 못하는 대신 진심만을 건네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의 말은 늘 더 깊이 믿게 된다.


어제도 그랬다.
‘우리가 꽃’이라는 말을 할 때 남편은 농담처럼 웃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듯 말했다.


남편의 마음이 내 마음에 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지금, 내 마음도 화사한 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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