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준 옷으로 사랑을 한 겹 더 입은 날

by 행복수집가

얼마 전 남편이 회사 복지포인트가 들어왔다며 나와 수지에게 “옷 사줄까?” 하고 물어봤다. 옷을 사준다는데, 당연히 대답은 “예스”다.


우리는 그날 집 근처 롯데몰에 가서 옷을 둘러보았다.
먼저 수지 옷부터 구경했는데, 매장을 돌던 수지가 진한 핑크색 투피스를 골랐다. 입어보니 무척 잘 어울렸고, 정말 예뻤다.


수지가 고른 옷은 가격대가 꽤 있었지만 남편은 기꺼이,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계산을 했다.


수지는 그 옷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새 옷이 담긴 종이가방을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쓴 비용보다 더 큰 기쁨이 남편 마음에 스며드는 게 보였다.


그날 내 옷도 사려고 몇 군데 매장을 더 둘러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서 결국 그냥 나왔다. 사실 내 옷은 안 사도 괜찮았다. 지금 가진 옷으로도 충분했고, 서운함이나 아쉬움 없이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뒤, 주말이 되자 남편이 다시 내 옷 이야기를 꺼내며 “김해 장유 아울렛에 갈까?” 하고 물어왔다.


자기 옷은 사지 않으면서 내 옷 사는 일엔 더 마음을 쓰는 것 같은 남편이 조금 귀엽고, 많이 고마웠다.


나는 그렇게까지 사주고 싶어 하는 남편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서 그 마음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내 옷을 사러 김해 장유 아울렛으로 향했다. 진주에서 장유아울렛 까지 가는데 차로 50분이 걸렸다. 내 옷 하나 사러 50분이나 차를 타고 가다니.

남편은 쉬는 주말 오후 시간을 온전히 내 옷을 사는 데 써주었다.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나는 몇 군데 매장을 둘러보며 옷을 입어봤고 결국 가장 처음 들어갔던 매장에서 마음에 들었던 무스탕을 구매했다. 갈색 무스탕이었는데 흔하지 않은 디자인에 가볍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옷을 입고 좋아하자 남편도 덩달아 좋아했다.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했고, 나는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행복했다.


옷을 사서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내 옷을 사주고 오히려 더 기뻐하는 남편의 얼굴이었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남편은 나와 수지 옷은 사주면서 정작 자기 옷은 사지 않았다. 자기가 받은 복지포인트로 먼저 아내와 딸 옷을 떠올리는 사람이란 게 참 사랑스럽고, 그 마음이 소중했다.


남편 마음속에 나와 아이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오늘 출근길에는 남편이 사준 무스탕을 입었다.
수지도 아빠가 사준 투피스를 입고 등원했다.


그런 우리를 보며 남편은 흐뭇한 표정으로 “잘 입어서 좋다”라며 웃었다.


남편이 사준 옷을 입고 출근하는데 몸도 마음도 왠지 더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사랑을 한 겹 더 껴입은 느낌이다.


출근길에 나를 바라보던 남편의 미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서로를 챙기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우리 가족 덕분에 아직 날은 추운데 마음에는 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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