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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Dec 04. 2023

하루동안의 육아해방데이를 선물 받았다

좋은마음으로 가득 충전 한 날

이번 일요일엔 육아해방데이를 선물 받았다. 내가 이번 주에 몸도 안 좋은데 무리 한 것 같다고 남편이 주말 쉬는 날이라 나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원래 계획은 남편이 수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내가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이날따라 수지가 키즈카페도 안 간다고 하고 집에 있을거라고 해서 내가 밖으로 나왔다.


혼자인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아이를 낳기전에 혼자 보내는 시간은 당연히 주어지는 흔한 시간이었는데,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혼자의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 특별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혼자 시간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시간인데 혼자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지자 이 시간의 가치를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혼자 밖으로 나와서 점심도 먹을 겸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자몽티를 하나 시키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도 업로드했다. 그리고 전자책을 읽기도 하고, 독서기록을 보며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혼자 있을 때 주로 하는 나를 위한 활동들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위한 시간이다. 이렇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단 나가고 싶어서 카페를 나섰다.


막상 혼자 자유시간이 주어지긴 했는데, 어딜 가야 할지 쉽게 정하지 못하고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잠시 걷다가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는데 마침 친정집을 가는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보고 즉흥적으로 버스를 탔고 난 친정으로 향했다.




결국 자유 시간에 간 곳은 내 식구들이 있는 친정집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가서 그냥 편하게 쉬다 와야지라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내 앞에 나타난 친정으로 가는 버스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미리 연락 없이 갑자기 찾아가서 집에 계시던 아빠가 조금 놀라셨지만 반겨주셨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내 동생도 밖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왔다. 내가 온 걸 알고 매우 반겨주는 동생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동생이랑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고 내게 둘도 없는 단짝이다. 나는 내 동생을 내 반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나에게 소중하고 가장 친한 존재다.


오랜만에 둘이 방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동생은 내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며 공감해 준다.


동생과 대화를 하면 항상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공감해 줘서 말할 때마다 신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오늘 하루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지 했는데, 마음이 잘 통하는 동생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힘을 얻는 것 같다.


좋은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느껴지는 그 에너지가 너무 좋다. 나를 더 밝고 환하게 해주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동생이 우리 동네에 귀여운 소품 숍이 생겼는데 거기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가서 보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고. 귀여운 소품 숍이란 말에 바로 가자고 일어섰다.


난 귀여운 걸 정말 좋아한다. 귀여운 건 기분전환에도 딱이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동생과 같이 길을 나섰다.


동생이 예전에 그 소품 숍에 갔을 때 내가 와서 보면 너무 좋아하겠단 생각이 들어서 꼭 나와 같이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를 생각해 주는 동생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소품 숍으로 가는 길은 내가 이전에 살았던 신혼집 근처였다. 결혼하고 첫 집은 친정집과 같은 동네였고 근처에 살았다. 동생이 날 데리고 가는 소품 숍은 내가 이전에 잘 다녔던 산책길 중간에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신혼집도 보고, 예전에 자주 다녔던 산책길을 걸으면서 신혼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좋은 추억이 있는 곳에 가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나를 잠시 그 때 그 시절로 데려다주는 느낌이다.


남편과 둘이 즐겁게 산책했던 그 길을 걸으니, 그때가 그립기도 하면서 꿈속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기분 좋은 기억을 안고, 지금은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걸으며 행복한 추억을 또 하나 더 쌓았다.


즐겁게 걷다 보니 소품 숍에 도착했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들이 가득한 곳에서 ‘아 귀엽다’를 외치며 기분 좋은 구경을 했다. 한참 구경을 하긴 했는데 산 것은 없다.


뭘 하나 사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귀여운 게 가득하긴 한데 막상 사고 싶은 확신이 드는 게 없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그래도 귀여운 구경을 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충분히 좋았고 마음도 귀여움으로 말랑말랑해졌다.


이렇게 즐거운 구경을 하고, 다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산책했다. 동생과 돌아오는 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가 돼서 대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난 다시 내 남편과 수지가 기다리고 있는 나의 집으로 갔다.




몇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하루 종일 아이 보느라 고생했을 남편이 걱정되고, 귀여운 수지가 눈에 아른거렸다. 매일 붙어 있을 땐, '아 나도 잠시 혼자 있고 싶다' 하다가도 떨어져서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소중함과 고마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이래서 가끔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나 자신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내 모습이 좀 더 정확하게 보이기도 한다.


막연하게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다가도, 거리를 두고 나를 보게 되면 내가 진짜 원하던 건 이런 거구나, 난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구나 하고 더 알게 되기도 한다.


늘 내 옆에 붙어 있는 가족들도 조금 떨어져서 보게 되면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된다. 좁은 시야로 바라볼 땐 그저 내가 모든 것을 챙겨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 하다가도,


넓은 시야로 보게 되니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서
챙김을 받고 있고,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였구나
 하고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으로 마음이 평안해지고, 지쳐있던 마음이 충전됐던 제대로 잘 휴식했던 날이다. 정말 좋은 달콤한 휴가였다.  


이 날 하루 나에게 육아 해방 휴가를 주며 고생한 남편에게도 고맙고, 아빠와 잘 지내준 아이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나와 좋은 시간을 함께 해준 동생에게도 정말 고맙다.


이 날의 좋은 기억과 마음이 한동안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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