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육대회의 즐거운 추억
11월 3일 금요일엔 회사 체육대회가 있었다. 전직원이 다 모이기엔 어려워서 본부별로 체육대회를 했다.
그동안엔 코로나로 단체로 하는 체육대회를 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게임을 하는 체육대회 같은 체육대회를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
체육대회 하는 장소는 시골의 폐교된 학교였는데 우리 회사 연구소 실증 센터 시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고 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했다.
체육대회는 소소하게 족구, 고리 넣기, 제기차기 게임 3종목과 OX퀴즈 맞추기로 진행이 되었다.
난 게임을 많이 하는 예능을 보면 ‘나도 이런 게임을 하루종일 원없이 많이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게임에만 집중하면서 내 모든 힘을 다 쏟아넣으면서 이기면 성취감도 있고, 져도 재미가 남는 그런 게임.
그래서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신나게 게임 하는걸 보면, 내 일상에서는 저런 게임을 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저런 게임 실컷 하며 하루종일 막 웃고싶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대학생때까지만 해도 게임 할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학생때는 소풍도 가고, 체육대회도 매년 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그런 기회가 잘 없다. 체육활동 한답시고 체육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할 때도 많았다. 그리고 세상물 많이 먹은 직장인이 되고나면 체육대회 마저 피곤해기지도 한다. 그냥 그 날 하루 쉬게 해주지 이런.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제대로 구색을 갖춘 체육대회를 하다 보니 재밌었다. 다들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땀 흘리며 뛰어다니고 웃고 열정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이 그저 해맑았다. 직장에서 보던 심각하고 진지한 모습은 없었다.
회사에서 일 얘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에 이 어른들을 풀어놓으니 다들 뭔가 더 가볍고 편안해 보였다.
늘 무게감 있고 좀 어려운 느낌이었던 이사님, 실장님들도 옆집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 다들 편하게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다.
게임에 참여해서만 이 즐거운 게 아니라, 다들 즐거워하고 웃는 분위기 속에 있으니 그 분위기 자체가 주는 활력이 있었다.
그리고 게임에서 상대팀에게 져도 즐거웠다. 왠지는 모르지만 게임 결과에 상관없이 다들 즐거워하고 있었다.
사무실 안에서도 동료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며 잘 지내지만, 회사를 벗어나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주어지니 그날 하루만큼은 다들 일은 잠시 내버려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것 같았다.
(오전에 게임하고 점심 먹고 나면 바로 해산이라는 것도 그날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큰 힘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점심은 피자, 햄버거, 핫도그, 김밥 등 다양하게 준비가 돼있었고 주 메인은 피자였지만 각자 원하는 메뉴대로 먹을 수 있었다. 아주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 식사였다.
은행 나무 잎이 가득 떨어진 땅 위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점심을 먹는데, 꼭 가을 소풍 온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참 오랜만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마지막 순서로 경품 추첨을 했다. 그리고 나도 당첨이 돼서 햇반 6개를 받았다. 이것도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내가 가진 번호가 불려서 당첨이 됐다는 게 그날 엄청난 행운을 왕창 받은 느낌이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햇반을 받았다.
이날은 모두가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운동장을 누비며 놀았다. 어른도 아이처럼 노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즐거워한다.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앞서 하는 경우도 많아서 지금의 행복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른도 걱정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충분히 누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 같은 상태는 내가 나로 존재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그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원하는 걸 한다. 자기가 가진 그대로를 나타내고 꾸밈이 없다. 그런 마음이기 때문에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유롭다.
어른에게도 아이 같음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아이 같음은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미성숙한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를 포장하고 꾸미지 않고 그저 나로 편안하게 존재하면서,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그저 순수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아이 같은 그런 모습이 어른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운
어른들도 잠시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순간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마음.
체육대회가 어른들에게 이런 아이 같음을 잠시 허락해 준 시간 같았다. 직장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고 있는 일의 책임을 잠시 내려놓고 게임에만 집중하며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차에 탄 직원들이 다들 오늘 참 재밌었다고 했다. 남자 직원들은 오랜만에 공차니까 재밌었다고, 미리 연습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이날의 체육대회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어른이 돼도, 내 깊은 마음 안에 어린아이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조금씩은 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놀 수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마음. 그 마음에서 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나를 더 힘나게 한다.
이번 가을 체육대회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이날 찍은 사진과 지금 적은 글을 보면 이때의 감정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 같다.
단풍과 은행나무가 가득했던 운동장에서 다들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즐거워했던 이 순간을 떠올리면 일을 하다가도 잠시 미소 짓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