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더불어 사는 작은 사회다
오늘은 아이 하원하고 오랜만에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놀았다. 이번달엔 아이가 추석 연휴부터 아파서 일주일동안 입원하고, 집에서 요양하다가 이번주부터 제대로 등원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하원하고 놀이터는 오랜만이었다.
수지가 놀이터에서 먼저 놀고 있으니 하나 둘 같은 어린이집 친구들이 오기 시작했다. 친구는 “박수지~!” 하고 크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를 듣고 수지도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다가간다.
이렇게 만난 아이들은 일단 먼저 각자 가지고 있는 간식을 나누어준다. 다른 친구가 수지에게 젤리를 주었고, 수지도 내 가방에 있던 젤리를 친구에게 주었다.
아이들은 간식을 친구에게 나눠주는 걸 즐거운 놀이처럼 한다. 내가 먹는 맛있는 간식을 친구에게도 주고 싶어 한다.
귀엽게 웃으며 젤리나, 사탕 먹으라고 건네주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같은 놀이터에서 놀아도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향이 다 달라서 뭔가 조금씩 다르게 논다.
이 시기 아이들을 보며 항상 느끼는 건데, 아이들은 ‘따로 또 같이’ 노는 것 같다. 같이 노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따로 놀고, 따로 노는 것 같지만 같이 놀기도 한다.
각자 하고 싶은 걸 하고 놀다가도 다른 친구가 노는 게 궁금해서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놀다가 어느새 서로 다른 걸 하며 놀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놀다가 중간중간 서로를 부르고 챙기며 노는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다.
놀이터는 공동육아의 현장 같기도 하다. 내가 수지와 같이 노는 다른 친구와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다른 친구 엄마도 내 아이를 이뻐해 주며 자기 아이와 같이 챙겨주기도 한다.
수지가 나에게 “엄마 뛰어! 내가 잡으러 갈게” 해서 내가 도망가듯 뛰어가니 다른 친구도 수지와 같이 나를 잡으러 뛰어온다. 그렇게 “크앙!” 소리를 내는 괴물 아이들이 나를 잡으러 왔다.
수지가 그네를 타고 있으면 다른 친구도 옆에 와서 같이 그네를 탄다. 그네를 타는 아이들은 대결하듯이 그네를 밀어주는 엄마들에게 “더 높이, 더 높이!”를 외친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웃긴지 서로를 바라보고 깔깔거리며 웃는다.
아이들이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우리 엄마들도 같이 웃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그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 엄마와 늘 한두 시간 같이 놀이터에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친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게 놀고,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며 즐거웠다. 놀이터에서 아이랑만 놀면 아이의 에너지에 기가 빨려서 금방 지치기도 하는데, 다른 엄마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노는 게 그리 지치지도 않고, 오히려 힘을 얻는 것 같았다.
다른 엄마들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며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사가 있다 보니 대화거리가 많아진다.
처음엔 엄마들과의 관계도 서먹하고 어색했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만남의 횟수만큼 엄마들 사이도 가까워진 것 같다. 그리고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 얘기를 해보니 다행히 다 좋으신 분들이라 마음이 더 편했다.
그렇게 한참 놀고 있는데, 다른 한 아이가 갑자기 엉엉 울었다. 아이의 엄마가 사라진 것이었다.
아이는 놀다가 엄마가 없어진 것을 알고 놀라서 크게 울었다. 나와 다른 엄마들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이의 엄마를 찾았다.
같은 어린이집 아이라서 엄마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우리 엄마들은 아마 엄마가 잠깐 볼일 있어 간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할 리 없는 아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많이 울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 엄마를 찾고 있었는데, 이 와중에 어린이집 다른 친구의 한 아빠가 우는 아이 옆에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 올 거야. 엄마 올 때까지 아저씨가 옆에 있어줄게.”라고 말하며 자기 아이랑 같이 곁에 있어 주셨다.
그 모습을 보고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수지도 우는 친구가 걱정이 됐는지 아이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있어 주었다.
그리고 다행히 금방 아이 엄마가 뛰어왔다. 잠깐 볼일이 있어서 아이에게 엄마 갔다 올게 하고 다녀온 것 같은데 노는 것에 정신 팔린 아이는 엄마가 잠깐 다녀온단 말도 제대로 못 듣고 놀았던 것 같다.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하며 달려가 엄마에게 안겼다.
우리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아이들은 내일 만남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엄마를 찾기 위해 몇 명의 엄마와 아빠들이 힘을 모으는 이 모습이 오늘 너무 인상 깊게 남았다.
지금 다들 개인주의적으로 살며 이웃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들이 어딘가에서 계속 들리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이곳은 여전히 이웃끼리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챙긴다.
아무리 시대가 많이 변했다 해도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따뜻한 온기가 있다.
놀이터는 공동육아의 현장이다. 여러 아이들이 각자 부모의 보호 아래 잘 놀면서, 엄마와 아빠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돌봐주기도 한다.
내 아이가 아니어도 다른 아이가 내 앞에서 넘어지면 가서 안아주며 일으켜주고, 그네를 타고 싶어 하면 그네를 밀어주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돕고 챙긴다.
함께 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많이 느낀 오늘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놀이터에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수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도 떠오른다.
별거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그저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행복해진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되고 감사하다.
내가 사는 이 작은 동네에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온기를 느낀다.
놀이터에서 공동체의 힘을 느낀다.
이런 따뜻한 세계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웃으며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