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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18. 2023

오늘의 행복,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했다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8월 17일은 제주도에 사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이 친구는 올해 1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 친구를 알고 지낸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우린 사는 지역이 달라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결혼하기 전엔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며 서로 만나기도 했다. (친구가 제주도 가기 전엔 대전에 살았다)


이렇게 장거리 우정을 이어 오다가, 내가 결혼하고 나서 5년 전에 제주도 가서 한번 보고 그 이후론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간간이 연락하고 서로 안부 물으며 늘 마음 한편에 그리움을 간직하고 지내고 있었다.


이 친구와는 어릴 때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서로의 얘기를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오래 보지 않아도, 늘 마음에 이 친구의 자리가 있고, 언젠가 오랜만에 다시 봐도 어제 본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친구다.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친구들 보는 게 아무래도 어렵다. 한 때 친했던 친구들은 자연스레 점점 멀어지기도 하고, 이제 친구들도 거의 다 결혼하고 육아하느라 서로 사는 게 바빠졌다. 마음 한편에 늘 보고 싶고 궁금하지만, 언젠가 볼 날을 기다리며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제 생일이었던 친구는 나의 동갑내기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였는데, 오랜 연애 끝에 이제 결혼을 한단다.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은 물론이고, 결혼 전에 맞는 마지막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은 이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주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내가 예전에 친구 생일날 카톡으로 선물을 보냈는데 친구는 그 해 내 생일에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내심 이 친구의 선물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런데 선물을 주지 않는 친구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나는 줬는데 너는 왜 안 줘’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섭섭했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빠지거나 한건 아니다. 나는 아무 얘기 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생일을 따로 체크해두지 않으면, 카톡에서 생일 알람이 떠도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때 그 친구도 일부러 그러진 않았겠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는 그것에 연연했다. 그래서 유치하지만, 그 후론 생일 선물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지금이 되었다. 지금은 그때의 마음과는 다르다. 그때의 나보다 지금 더 성장한 것인지, 무엇을 받고 싶다는 기대 없이 그저 순수하게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그래서 이번 생일엔 생일 축하 인사와 함께 선물을 같이 보냈다. 내가 주고 싶어서, 정말 축하해 주고 싶어서, 친구에게 어떤 생일 선물을 할까 고민하며 선물을 고르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보냈다.




선물을 주는 내 마음이 너무 기뻤다. 무언가를 바라고 보내는 마음이 아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정말 친구의 행복한 앞날을 기원하고 축하하는 마음 그 자체가 날 기쁘게 했다.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 되길 바라고, 응원하고 축하하는 그 마음. 그 마음을 가지는 것이 나에게 선물 같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이렇게 답이 왔다.



긴 말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느껴졌다. 행복하고 감사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정의 온도가 식지 않는 친구, 뜨겁지 않아도 늘 은은한 온도를 지키고 있는 친구, 자주 보지 못해서 더 보고 싶은 친구, 멀리 있어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아는 친구.


이런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이 친구는 신혼여행은 국내에서 보낼 거라고 했다. 제주도에 신혼집이 있으니, 육지로 올 거라고. 아마 전국투어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 오게 되면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도 정말 친구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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