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가족여행 1일차
우리 가족 연말 여행으로 경주를 다녀왔다.
여행은 가기 전에는 기다리는 마음으로 설레고, 가는 당일이 되면 드디어 간다는 마음에 즐겁다. 약 2시간을 달려 경주에 들어서니 ‘여기가 경주구나’ 하는 느낌이 물씬 드는 풍경이 보인다.
여행을 가면 같은 나라에 있는 같은 땅인데도 지역마다 이렇게 느낌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른 것이 늘 새롭고 신기하다.
이게 바로 여행의 맛인 것 같다. 내게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왔을 때 느끼는 새로운 자극이 기분 좋은 활력을 준다.
경주에서 묵을 숙소로 정한 곳은 라한 셀렉트 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한 호텔이 더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대형 트리도 정말 아름다웠다. 보는 순간 황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데 호텔 곳곳이 다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가득했다. 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호텔은 여행 온 사람들로 붐볐는데 여행 온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설렘과 여유의 기운이 내게도 전해졌다.
이 사람들 속에 있으니 내가 여행을 왔다는 게 더 실감이 났다. 여행 온 사람들 속에서 이런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여행이 더 즐거운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좋다.
여행 와서 신나고 즐거운 사람들 중엔 우리 수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수지도 정말 좋아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 키를 받고 가는 복도에서 수지가 한껏 신난 표정으로 “내가 여기 좋아하는 건데!”라고 말했다.
여행을 몇 번 다니며 호텔에서 묵었던 기억이 수지에게도 좋았나 보다.
호텔 객실 복도를 걸어가며 수지는 신나서 들썩들썩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 온 것만으로도 참 좋은데, 여행 와서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 더 많이 행복하다.
호텔방에 들어오니 호수 뷰가 너무 아름다웠고 방도 깔끔하고 좋았다. 우리 세 식구 모두 만족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조금 피곤했던 우리는 짐을 풀고 방에서 잠시 쉬었다.
쉬는 동안 수지는 퍼즐도 하고 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침대에 누워보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며 집보다 여기가 더 좋다고 했다. 그 말에 빵 터져서 웃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오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집이었는데 지금은 호수전망이 아름다운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니 괜히 웃음이 나오며 나 지금 여행 온 거 맞구나 하고 실감했다. 편안하고 좋았다.
집에 있으면 집안일 등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여행을 온 지금은 다른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과 편안함이 정말 좋다.
그리고 해질 때 호수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이 나가서 잠시 그대로 가만히 멈춰서 풍경만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잔잔한 호수가 내 마음에도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이곳에 있는 나를 포근하게 품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순간이 정말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장면이 될 것 같다. 말없이 그저 내 앞에 보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남편과 수지는 룸서비스로 저녁을 먹었고, 나는 저녁 생각이 별로 없어서 필요한 거 몇 가지 사러 편의점으로 갔다. 호텔 안에 편의점은 없었고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편의점이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갔다. 그 시간에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낯선 곳에서 어두운 밤에 낯선 길을 걷는데, 이 낯선 느낌이 왠지 좋았다. 늘 익숙한 길만 걷고 보다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낯선 길을 걸으며
낯선 풍경을 보는데
이 낯선 풍경이 내게 주는
새로운 자극이 내 마음에
깊은숨을 들이켜게 하는
휴식을 주고
확실한 기분전환이 되었다.
익숙한 곳에서는 내가 책임지고 붙들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새로운 곳에 오니 내가 매여 있던 것에서 다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여행지에서는 지금 이 공간에서 내 눈앞에 보이는 것 그대로 누리기만 하면 된다. 이런 자유가 내 마음을 가볍게 하고 새로운 힘을 충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편의점까지 가면서 보고 느낀 이 새로움과 자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여행 와서는 평범한 길을 걷는 것 하나도 새롭고 즐거운 일이 된다. ‘일상을 여행처럼’ 이란 말이 생각난다.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모든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여행은
많은 것으로 가득 찬 마음에
여유로움과 가벼움을 선물해 준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빈틈을 만들어준다.
빈틈이 만들어진 마음에 일상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이 들어온다.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경주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여행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누리고 느끼며 행복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