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남편이 내 머리 셀프 매직을 해줬다
남편은 언젠가부터 집에서 셀프로 이발을 하더니 이제는 매직 약을 사서 셀프 매직도 한다. 남편은 반곱슬 머리인데, 남자 머리 반곱슬은 머리 손질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모양이 꽤 이쁘게 나오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반곱슬의 부스스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남편은 부스스한 머리를 해결하려고 집에서 셀프로 할 수 있는 매직 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덜컥 주문을 했다.
남편이 처음에 셀프 매직을 한다고 했을 때 난 별 기대하지 않았다. 당연히 미용실에서 하는 게 더 잘 나올 텐데 굳이 집에서 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매직을 한 남편의 머리는 기대 이상으로 차분하고 단정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머리카락이 직모가 되니, 더 어려 보이기도 했다.
본인도 만족스러웠는지, 그날 이후로 앞으로는 매직 약을 사서 셀프로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 약의 가격은 2만 원대다. 한 번 사서 두 번 정도 할 수 있다.
물론 미용실에서 하는 것에 비해 유지 기간은 짧을 수 있고, 머리카락이 좀 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비용에 이 정도 퀄리티라면 만족할만했다.
남편이 다음에는 내 머리도 매직을 해주겠다고 했다. 나도 반곱슬이라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미용실에 가서 매직이나 펌을 하는데, 이제 자기가 해주겠다고 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알겠다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나도 매직을 할 때가 왔다. 점점 곱슬기가 올라오는 내 머리카락을 남편이 보더니 매직해야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매직 약을 사면 자기가 해주겠다고 했다.
왜 그런 진 모르겠지만 본인이 굉장히 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남편을 믿고 나도 이번에 셀프 매직을 해보자 싶어서 바로 약을 주문했다.
매직을 할 때 수지가 있으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내가 평일 오전에 시간을 뺐다. 수지를 무사히 등원 시키고 매직을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이 날 유난히
목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와서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이 병원 갔다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봐 그럼 혼자 해보겠다고 하니, 자기 진료받고 금방 온다며 혼자 하지 말라고 말렸다.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하는데 혼자 하면 힘들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진료를 받고 오기를 기다렸다.
나간 지 1시간 만에 남편이 돌아왔다. 목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남편은 쉬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오자마자 내 머리를 해주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나도 일부러 오전에 시간을 뺀 거라, 사실 오늘이 아니면 다른 날에 또 시간을 빼는 게 쉽지는 않았다. 몸이 안좋은 남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남편 앞에 미용가운을 입고 앉았다. 남편은 미용장갑을 꼈다. 이 순간부터 우리 집이 남편의 뷰티살롱이 됐다. 남편은 이전에 자기 머리 매직을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차근차근 잘했다. 머리카락에 약을 꼼꼼히 발라주고, 30분 기다렸다가 샴푸하지 말고 머리 헹구고 오라는 등 나를 잘 이끌어주었다.
꼼꼼한 성격의 남편이 내 머리를 만져주니 그냥 믿음직스러웠다. ‘내머리는 아주 잘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다.
집에서 셀프로 해도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약을 바르고 기다렸다가 머리를 감고, 또 매직기로 머리를 펴고 약을 발랐다. 그 후엔 또 20분 기다렸다가 머리를 감았다. 머리 두 번 감는 게 힘이 부쳤다. 하루에 머리 두 번 감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싶었다. 머리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노동량이 들었다.
남편도 내 머리를 해주면서 여자머리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노동을 해야하고 힘든데 그래도 계속 집에서 할 거야?”라고 하니,
“그래도 미용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머리하면서 대화도 하고 좋잖아.”라고 말했다.
그 말에 더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감기 기운으로 몸도 안좋은 남편이 내 머리를 해주며 힘들어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머리를 해주며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말에 남편의 사랑이 느껴져서 미소가 지어졌다. 남편의 뷰티살롱은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다.
사실 미용실에서 잘 모르는 직원 분 앞에서 머리에 약을 바르고, 얼굴만 동그랗게 남긴 채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싹 밀어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앞에서는 조금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마음이 편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내 남편앞이니까.
이렇게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매직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머리 헹굼을 하고 머리카락을 말리고 거울을 보는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은 아주 단정했고 찰랑거렸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남편은 “아, 이 부분은 내가 제대로 안 했네.”라고 하며 100프로 만족은 안된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바로 “아니야! 난 너무 만족해, 봐봐. 이렇게 차분하고 깔끔해졌잖아. 너무 이쁘다. 고마워~”라고 답했다.
난 내 머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머리 매직을 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머리를 풀고 출근했다. 출근하기 전 긴 생머리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확실한 기분전환이 됐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막 하고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을 똑같이 느꼈다.
오늘 남편의 뷰티살롱에 별점 5개를 주고 싶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앞으로 우리 집엔 주기적으로 뷰티살롱이 열릴 것 같다.
남편은 미용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엔 수지 머리도 자기가 매직해 줄 거라고 했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부터 하는 거라고 했다. 남편의 포부가 야무졌다.
그 말에 난 배시시 웃으며 “나중에 수지가 좋아하겠네”라고 했다. 앞으로 우리 집 여자들의 머리는 우리 집 남자가 책임져줄 것 같다. 이 남자 덕분에 우리 집 여자들은 행복하다.
오늘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내머리를 정성스레 만져주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올라온다. 감기 기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리를 이쁘게 만들어준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이런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