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이번에 자궁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산부인과 진료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용종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크기가 꽤 커서 제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용종제거수술은 간단한 시술이긴 하지만, 수면마취를 해야 해서 보호자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수술날은 일부러 남편이 쉬는 금요일로 잡았고, 남편은 아이를 봐야 했기에 내 보호자로 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친정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전화를 하니 엄마는 반갑게 내 이름을 부르며 받았다. 나는 엄마에게 앞뒤 설명 길게 하지도 않고,
“엄마 나 산부인과 진료 왔는데 자궁에 용종이 있어서 이거 제거 수술 해야 한데. 수술할 때 보호자가 있어야 된다는데 엄마 와줄 수 있어?”
“그래 알았어.”
엄마는 이것저것 더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알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수술이 몇 시인지, 몇 시까지 병원으로 오면 되는지 등 약속 시간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엄마로 사는 5년 동안 나는 내 아이의 보호자였다. 엄마가 되고 내가 늘 보호자 역할을 하다가, 지금 내가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내 엄마가 나의 보호자가 되어 주신다. 엄마도 내가 어릴 적에 항상 내 보호자로 병원을 데려가주고 챙겨주셨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난 내 엄마의 보호에서 멀어졌다.
난 이제 뭐든 혼자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 내 아이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렇게 엄마로, 보호자로 살다가 오랜만에 내 엄마가 내 보호자가 되는 상황이 오니 엄마가 있어준다는 것 자체가 왠지 든든하고, 새삼스럽게 ‘엄마가 있어 다행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수술 전 날 저녁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는 몇 년 전에 자궁에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었는데, 수술을 하고 나오니 너무 추워서 덜덜 떨었다며, 내가 입원해 있을 동안 몸을 데울 작은 전기장판 하나 사갈까? 하시며 물어보셨다.
전화가 온 시간이 저녁시간이었는데, 내가 필요하겠다고 대답하면 엄마는 그 시간에 당장 나가서 어디서든 사 올 기세였다. 나는 엄마에게 안 사도 괜찮다고, 하루 잠깐 있는 거고, 내 주변에 용종제거 수술 한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 크게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추워서 전기장판 필요했다는 친구들 없었다고 설명하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엄마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다.
수술하고 입원하는데 엄마가 밤에 같이 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서 나는 또 괜찮다고 했다. 몸 움직이는 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이 수술은 거의 통증도 없는 거라고 엄마를 또 안심시켰다.
내가 엄마에게 괜찮다고, 혼자 있어도 된다고 말해도 엄마는 그래도 같이 있어주는 게 낫지 않냐.. 하시며 말을 흐리셨다. 영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게 심각한 수술이 아니고, 통증이 있는 게 아니라 괜찮다며 여러 번 엄마를 설득시켰다.
밤에 내 곁에 있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할 만큼 심각한 수술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병실을 1인실을 쓸게 아니라 다인실을 쓸건데, 엄마를 차가운 바닥에서 자게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공간에서 엄마가 주무시기엔 많이 불편할 수도 있다.
나는 오히려 혼자 있으면 더 편하게 잘 있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엄마도 집에서 편하게 주무시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걱정과,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엄마를 겨우 말렸다.
‘엄마 몸만 와줘도 충분히 고마우니, 다른 거 더 안 하셔도 돼요. 그냥 내 곁에 있어 주시기만 하면 돼요.’ 하는 마음이었다. 더 바라는 게 없었다. 와주시는 것만으로 정말 충분히 고마웠다.
수술 당일 엄마가 나보다 병원에 먼저 도착해 계셨다. 12시까지 병원에 갔지만 2시간 정도 수술 준비 및 대기를 하고 수술은 2시에 시작되었다.
대기하는 2시간 동안 엄마가 내 옆에서 날 챙겨주시고 말동무가 되어주셨다. 나 혼자였다면 기다리는 2시간이 길게 느껴졌을 텐데, 엄마와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대기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수술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해서 배가 고프고 힘도 없었는데,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어주신 덕분에 힘이 없어도 힘이 났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수술시간이 되었다. 나는 난생처음 수술실 침대에 누워보았다. 아이를 출산할 때도 자연분만으로 낳았고, 한 번도 수술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영상이나 사진에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수술실에 들어가 보았다.
수술실에 들어가 본 첫 소감은 일단 분위기가 밝았다. 수술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수술 준비를 하는 간호사들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한 수술은 용종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이었다. 그래서 난 딱히 긴장도 안 하고 마음이 무겁지도 않았는데, 수술실의 밝은 분위기 덕분에 안 했던 긴장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취제가 내 몸에 들어오고, 잠시 내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나 언제 잠드는 거지’ 했는데 눈떠보니 수술은 끝나있었고, 간호사가 내 어깨를 치면서 “일어나세요~” 하고 있었다.
난 회복실로 옮겨졌고 엄마가 내 옆에 오셨다. 간호사가 엄마에게 내가 3시간 동안 잠들면 안 되니 잠 안 자도록 말을 계속 걸어주라고 하셨다.
수술을 막 하고 나온 나는 너무 몽롱했고 그대로 잠이 들 것만 같았는데, 엄마는 내가 잠을 못 자게 하라는 그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셨다. 내가 눈감을 틈도 없이 계속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셨고, 나도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잠에서 서서히 깼다.
그렇게 잠시 회복실에 있다가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올라갔다. 내 생에 휠체어를 타본 것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병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구나 하며 입원실로 들어왔다.
입원실로 와서도 아직 마취가 다 깨지 않은 느낌이었다. 수술을 하고 나니 갈증이 너무 났다.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입술이 바싹 말랐다. 물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한 시간 후에 먹어야 된다고 했다.
엄마는 내 텀블러에 미리 물을 담아 오셨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입에 놔두면 그나마 갈증이 덜해지는데 손수건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 날 챙겨주는 그 세심한 마음이 나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
그 마음이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 편안하고 든든했다. 또 한 번 엄마가 내 보호자로 옆에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갈증이 나지만 물을 바로 못 먹고 1시간 기다리는 시간에도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엄마와 단둘이 대화를 나눠본 게 참 오랜만이었다. 내가 입원을 한 덕분에(?) 엄마와 둘이 대화를 오랜만에 오래 해보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환자 보호자로 옆에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피곤할 수도 있다. 엄마는 보호자 의자도 없는 병실에서 침대에 조금 불편하게 앉아 계셨지만 그래도 불편한 기색 없이 내 곁을 지켜주셨다. 그리고 수시로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간호사님들과 혈압체크하러 오는 간호대 실습생들에게도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셨다.
엄마가 ‘고마워요~’라고 인사해 줄 때마다 그 말을 듣는 내 마음도 참 좋았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 나도 나를 잠깐 보고 가는 간호사님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빠짐없이 다 드렸다.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태도로
감사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엄마를 보며,
나도 엄마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닮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닮아가고 싶다.
우리 공여사님이 내 엄마라서
참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내가 저녁 먹기 전에 남편과 수지가 온다고 해서, 엄마는 그때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밤에 내 옆에서 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계속 말씀하셨지만, 내가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오히려 혼자 있고 싶어서 그런 거니 엄마 집에 가셔도 된다고 설득했다. 큰 수술이든, 작은 수술이든 수술의 크기와 상관없이 엄마는 그저 입원한 딸 옆에 있고 싶은 마음인 거다.
뭐라도 챙겨주고 싶고, 혹여나 불편하고 힘들까 봐 작은 거라도 힘이 되고 싶은 그 마음. 나도 엄마가 되고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자식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한번 더 챙겨주고 싶고 들여다보고 싶은 그 마음. 늘 신경 쓰이고 마음이 가는 내 자식.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마음.
이번에 입원을 하면서 엄마의 이런 사랑을 가까이서 느꼈다. 평소에 별다른 일없이 그냥 만나도 참 좋은 엄마지만, 이렇게 챙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곁에 있어주니 세심한 사랑을 더 느낀다. 입원한 게 나쁘지 않았다 여러 부분에서. 내 몸도 더 좋아지는 기회였고, 다 큰 딸이 엄마의 사랑과 챙김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엄마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존재만으로 참 행복하고 든든하다.
“내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엄마도 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고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