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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11. 2024

아이와 함께 계곡에서 휴식하기

요즘은 거의 매일 비가 오고 흐린 날이 이어지고 있는데 일주일 전만 해도 한낮에 폭염이 이어지는 찜통더위였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뜨겁고 공기도 뜨겁고, 내려쬐는 태양빛도 뜨거워서 온몸이 열기로 가득했다. 이때 가장 많이 생각 난 게 계곡이었다.


그래서 저번 주말에는 아이와 같이 계곡으로 나들이를 갔다. 이 더위를 시원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은 계곡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간 계곡은 아이 인생 첫 계곡이었다. 4살이었던 작년까지만 해도 수지가 너무 작고 어려서 계곡은 조금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물 놀이터나 호텔 내 어린이 수영장에 데리고 갔었는데 지금 5살이 된 수지는 계곡에서도 충분히 잘 놀 것 같아서 설렘을 안고 수지와 첫 계곡을 맞이했다.




계곡으로 가는 길에 짙은 초록빛의 나무가 가득한 산의 풍경을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시원해지는 기분도 참 좋았다. 계곡으로 가면 갈수록 깊고 큰 산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하고 새삼 느끼며 창밖 풍경을 즐겼다. 운전을 하는 남편도 풍경을 보며 감탄했고 수지도 창밖을 바라보며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수지는 풍경을 보다가 눈에 띄는 게 보이면 ‘엄마 저것 봐!’ 하고 나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우리 세 식구는 계곡으로 가는 차 안에서 지금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했다.


경치에 한껏 취해서 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산청 중산리 계곡에 도착했다. 아직 휴가철도 아니고 오전에 갔는데도 계곡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 계곡을 보니, 사람들이 많을만했다. 계곡은 딱 봐도 놀기에 참 좋아 보였다. 물살이 세지도 않고, 그리 깊지도 않고, 어린아이도 물놀이하기에 좋아 보였다.


계곡물을 보고 수지도 호기심을 가졌지만 막상 계곡 물에 몸을 담그진 않았다. 조심성이 많고 겁이 많은 수지는 드넓은 바다나 계곡물은 무서워한다. 뭔가 끝이 안 보이고 자기 한눈에 이 공간이 다 들어오지 않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다. 안전한 실내에서는 잘 노는데 야외 물놀이는 아직 겁을 낸다.


이번 계곡에 가서도 수지는 역시나 예상대로 발만 담그고 놀았다. 보통 아이들은 물을 보면 좋아서 온몸을 적시고 놀지만 수지는 손에 물을 묻히거나 물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좋아한다.

 

우리 부부도 아이를 억지로 물에서 놀게 할 생각은 없었다. 계곡물에는 정말 발만 담가도 시원하기 때문에 그저 계곡물의 시원함만 맛보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래 있지 않을 것 같아 평상은 대여하지 않았고 대신 캠핑의자를 챙겨갔다.


얕은 물가에 캠핑의자를 펴고 앉으니 발만 물에 들어갔다.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히려 물에 들어가기엔 추울 것 같았고 발만 담그니 딱 좋았다. 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계곡의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서 의자에 앉아 발을 물에 넣고 통통 거리며 좋은 기분을 표현했다. 수지도 내 옆에서 나를 따라 작은 발을 통통 차며 즐거워했다.


계곡에는 작은 송사리들도 있었다. 남편은 손으로 몇 번 물을 휘적휘적하더니 금세 물고기 한 마리를 손으로 잡았다. 남편 손안에 담긴 물에 작은 송사리 한 마리가 들어와 헤엄을 쳤다. 아빠가 잡은 물고기를 수지가 손으로 만져보려고 손가락으로 물고기 뒤꽁무니를 쫓아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수지는 우리의 손을 잡고 얕은 물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기도 하고 아빠에게 안겨서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은 곳에 가보기도 했다.


작은 돌을 집어서 물에 퐁당 던지기도 하며 자기 나름대로 물놀이를 재밌게 즐겼다. 물에 첨벙 뛰어들어 놀진 못해도 뭔가 사부작사부작 노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우리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시원함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느끼며 점심으로 챙겨간 김밥도 맛있게 먹었다. 계곡에서 먹는 김밥은 특히 맛있었다.


깊고 푸른 산에 둘러싸여 바닥이 다 보이는 투명하고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게 마냥 행복했다. 자연 속에 들어오면 이런저런 잡생각들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없어지는 것 같다.


계곡에 있는 동안 여기는 딴 세상이었다. 온통 맑고 푸른 자연 속에서 들리는 건 물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뿐이던 계곡은 속세를 벗어난 다른 세상 같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산, 물, 남편, 아이 오직 이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 여기서,나에게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니 마음이 단순해지고 편안해졌다. 이 편안한 마음이 참 좋았다. 계곡에 오래 머무르진 않았지만 잠깐 있는 동안 충분히 휴식하고 충전했다.


이번 여름엔 아이를 데리고 계곡에 자주 가보려고 한다. 아직 계곡을 낯설어하는 아이가 계곡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자주 가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계곡의 맑고 푸른 자연이 주는 휴식과 평안을 가득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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