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던 날 저녁, 남편은 저녁 근무라 출근하고 나와 수지만 집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씻고 잘 준비를 다하고 수지가 자기 전까지 같이 거실에서 놀고 있었는데 순간 창밖 하늘이 번쩍였다. 번개가 친 것이다. 수지는 번개를 보고 갑자기 얼음이 됐다.
“엄마 하늘이 반짝반짝했어.”
“응, 번개가 쳤어.”
수지는 번개가 무서우면서도 또 보고는 싶은지 곁눈질로 창밖을 힐끔힐끔 봤다. 그리고 또 언제 번개가 치나 하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천둥이 치면서 하늘에서 ‘두둥! ' 하는 소리가 났다. 천둥소리는 번개보다 무서운지 수지는 놀라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내 품에 파고들었다. 내 품에 쏙 들어온 동그란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난 수지의 등과 얼굴을 감싸안았다.
수지는 긴장해서 잠시 멈춰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몇 번 더 천둥번개가 쳤다.
“엄마 하늘이 싸우고 있나 봐”
수지의 이 말에 웃으며
“그런가 봐. 하늘이 싸우고 있나 봐”라고 말했다.
수지는 하늘이 싸우는 동안 계속 내 품에 안겨있었다. 다섯 살이 되니 내 품에 있는 시간보다는 활발하게 뛰어노는 시간이 더 많은데 천둥번개 덕분에 오랜만에 아이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다.
무서워서 나에게 의지하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클수록 조금씩 내 품을 벗어나게 될 텐데 이렇게 안을 수 있을 때 실컷 안아야지' 하며 수지의 작고 포동한 몸을 꼭 안고 있었다.
내 품에 한참 안겨 있던 수지는 나에게 천둥번개가 치는지 중간중간 물어봤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천둥번개는 치지 않았고 조용하게 비만 내렸다.
“수지야 이제 천둥번개가 끝난 거 같아.”
내 말에 수지는 조심스레 창밖을 바라봤다. 수지가 보는 동안에도 하늘은 조용했다. 그리고 수지가 말했다.
“엄마 이제 하늘이 안 싸우나 봐.
구름 선생님이 와서 그만 싸우라고 했나 봐.”
구름 선생님이 와서 싸움을 말렸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응, 그런가 봐. 구름 선생님이 왔나 봐. 이제 안 싸울 건가 봐.”
한바탕 천둥 번개 치는 하늘의 싸움이 끝나고 조용한 밤이 되었다.
그러나 수지는 아직 무서웠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는지 자기 전까지 나에게 더 안겨있었다. 수지를 안고 있는 동안 아이의 온기로 내 몸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포근해졌다.
엄마 품에 안겨 있다 보니 나른해진 수지는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내 마음 밑바닥까지 평온함으로 가득 차는 걸 느꼈다.
천둥번개로 하늘은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나는 아이와 평안한 시간을 보냈던 행복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