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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05. 2024

아이가 보여주는 세상을 여행하는 행복

아이의 이쁜말이 열어주는 아름다운 세상

며칠 전 저녁 우리 집 거실 창문 밖에 잠자리 한 마리가 붙은 걸 발견했다. 우리 집은 17층인데 어떻게 이만큼 높이 올라왔을까 신기했다.


수지도 창문에 붙어 있는 잠자리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관찰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잠자리를 바라봤다.


잠자리는 떠날 생각이 없는 듯 미동도 없이 가만히 붙어있었다.


“수지야, 잠자리가 우리 집에서 잘 건가 봐.”


“엄마, 잠자리가 우리 집이 좋아서 왔나 봐. 여기 스티커도 붙어 있고 수지도 있고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어서 좋아서 왔나 봐.”


이 말이 너무 귀여웠다. 잠자리가 우리 집이 좋아서 왔다는 말속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 다 들어있었다. 아빠, 엄마, 수지 그리고 창문에 수지가 붙여놓은 귀여운 스티커들까지. 이렇게 좋은 게 가득한 집이라 잠자리도 17층까지 높이 날아왔나 보다.


이 날 저녁에 수지는 놀다가 중간중간 잠자리가 아직도 붙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신기하게도 확인할 때마다 잠자리는 그 자리 그대로 붙어 있었다. 정말 오늘밤은 우리 집 창문에서 보낼 생각이었는가 보다.

 

오래도록 붙어있는 잠자리를 보고 내가 “잠자리가 왜 안 가고 계속 있지?”라고 말하니, 수지가 말했다.


“잠자리가 아기 기다리나 봐.”


이 말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오래도록 잠자리가 창문에 붙어 있는 이유가 아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라니. 그래, 내 아기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겠어. 내 아기를 기다리는 거라면 높고 무서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말은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듣자마자 마음이 정화되고 모든 것이 맑아지는 것 같다.


이 날 잠자리 한 마리 덕분에 수지와 나눈 대화가 더 풍성해졌다.


아이는 고정된 생각의 틀도 없고 편견도 없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는 내가 여태껏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름다운 곳으로 날 데려가준다.


아이의 순수하고 이쁜 마음이 만들어낸 세상을 여행하듯 구경하는 게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오늘은 아이가 나를 어떤 세상으로 데려가줄까 궁금하다. 아이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행복이 매일 있다. 이 행복을 매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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