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행동에 받은 큰 감동
아이 방학 2주 중에 한 주는 긴급 돌봄을 신청해서 유치원에 보냈고,방학 중에는 유치원 버스가 운행하지 않아서 개별 등하원을 시켜야 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남편 차로, 때로는 택시로 등하원을 시켰다.
하루는 남편이 일찍 마치는 날이라 퇴근하고 바로 유치원에 픽업하러 왔고 나와 아이는 놀이터에서 잠시 놀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잠시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유치원까지 10분 조금 넘게 걸었는데 그 짧은 시간 걸었다고 모자를 쓴 내 이마엔 땀이 흥건했다.
그렇게 더위에 녹아내리고 있었는데 마침 남편이 도착했다. 아이와 나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 차에 타서 에어컨 바람에 열을 식혔다.
차에 탄 후 나는 모자를 벗었는데
내 앞머리가 땀으로 젖어서 꼭 머리를 감은 것 같았다.
그래서 젖은 머리카락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수지야 엄마 너무 더워서 땀이 엄청 많이 났어, 봐바.”
수지는 땀에 젖은 내 모습을 보더니 자기 자리에 있던 에어컨을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돌려줬다.
그러길 바랐던 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수지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아니야 엄마 괜찮아. 수지한테 에어컨 돌려. 수지도 덥잖아. “ 라고 말했더니 수지가 나에게 하는 말.
”아니야, 엄마가 더 시원해야 돼. “
그리고 차에서 내릴 때까지 내가 있는 쪽으로 에어컨을 돌려놔주었다.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아이는 항상 내 생각을 넘어서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준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은 이렇게 표현하는 거라는 것을 아이를 통해 참 많이 배운다.
이 작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넓은 걸까.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5년째인 아이가 이토록 깊고 따스한 마음을 가지다니, 어쩔 땐 30여 년을 산 나보다 훨씬 더 낫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어른이지만
내가 아이를 통해서 배우고 알게 되는 게 참 많다.
아이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사랑이 많은 아이의 엄마라는 게
정말 감사하고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운 올해 여름,
이 계절의 온도만 높은 게 아니라
아이 덕분에 사랑의 온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