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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25. 2024

내가 쓴 글은 내가 나에게 부치는 편지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내 마음 돌보기

나는 매일 글을 쓰고 발행하지만 내 글을 다시 읽어보진 않았다. 아주 가끔 한 번씩 내가 쓴 글을 볼 때가 있긴 했지만 굳이 챙겨서 보진 않았다.

 

내 글의 첫 독자가 나이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내가 충분히 봤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글이 이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일부러 피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써놓은 좋은 글은 여러 번 읽어보고 메모도 하고 필사까지 하면서 내가 쓴 글은 왜 소홀히 대하지?'라는 생각.




글을 쓰면서 나를 더 알게 되고 나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나에게 집중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글에는 내가 그대로 묻어난다. 내 마음, 내 감정, 내 시선, 내 가치관, 내 기분 등. 글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기 때문에 내 글은 곧 나이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집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를 관찰하면서 내 안에 있던 나를 새롭게 만난다.


그런데 이렇게 정성 들여 글을 써놓고 나에 대한 기록을 다시 읽어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소중한 걸 서랍에만 넣어둔 것 같은. 꺼내서 자주 보면 그 가치가 더해지는데 한번 꺼내보고 다시는 꺼내보지 않는 동안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 글을 다시 꺼내 읽어 보기로 했다.


좋은 글을 일부러 찾아보고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에 밑줄을 치듯이, 내 글도 자주 꺼내서 읽어보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에 밑줄도 쳐볼 생각으로 다시 읽어봤다.  


막상 읽으려고 하다 보니 '다시 읽었는데 글이 이상하면 어쩌지? 너무 부끄러워질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순간 올라왔다. 그런데 혹시나 다시 읽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게 그 당시 내 마음, 내 생각이었지 않나. 그 당시의 나를 존중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하는 마음으로 내 글을 열어보았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내가 이전에 쓴 글을 읽었다. 읽어 내려가다 보니 신기하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들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쓴 글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내 글을 읽다 보니 이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를 읽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쓴 편지.


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응원하고 사랑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 속에 담긴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나에게 감동으로 닿았다. '내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따스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평소에 남의 글을 참 많이 읽었다.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읽는 것도 내 삶에 좋은 양분이 되고 나의 내면을 좋은 것으로 채워준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좋은 자극을 받는다.


좋은 글을 읽으면 좋은 생각을 하게 하고 그게 곧 좋은 삶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좋은 글을 읽는 걸 참 좋아한다. 그동안엔 남들이 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며 좋은 마음을 키웠는데, 이제 나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서도 나에게 좋은 마음을 심어준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참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내 가족을 참 사랑하는구나.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참 좋아하는구나.


이 마음이 날 행복하게 한다.




이제는 내 글을 다시 읽는 게 쑥스럽지 않다. 오늘은 어떤 응원을 받을까, 어떤 소중함을 만나게 될까 하며 조금의 기대를 안고 글을 읽게 된다. 못 쓴 글, 잘 쓴 글, 이상한 글, 웃긴 글 모든 게 다 내 글이다. 이 모습이 다 나다.


조금 부족해도, 서툴러도 괜찮다. 그 서투른 글 속에서도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보인다. 그 마음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 내 글에서 따스한 사랑의 힘도 받는다. 내 글을 읽는 것은 내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하나의 방식 같다. 


그리고 평생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믿어줄 사람이 바로 나란 것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


지금 쓴 이 글도 미래의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부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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