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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Aug 06. 2024

나는 행복한 워킹맘

고용노동부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

나는 직장인으로서도 만족하면서 행복한 엄마로 살고 있는 워킹맘이다. 내가 행복한 워킹맘으로 살 수 있는 이유는 회사 육아복지제도 덕이 크다.


내 아이는 돌이 지나고 얼마 안 돼서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아이를 보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곧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어린이집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교차했고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마음 한편에 항상 있었다.


그리고 이 걱정을 안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하고 나서 보니 회사에는 ‘육아시간’ 이란 제도가 생겨 있었다. ‘육아시간’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직원이 24개월의 범위에서 1일 최대 2시간의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였다. 너무 좋은 제도였지만 바로 쓰지는 못했다. 복직한 지 얼마 안 돼서 육아시간을 쓰는 게 조금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육아시간 사용은 뒤로 미뤄두고 당분간은 친정엄마가 아이를 하원시켜 주셨다. 아이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하원시켜주는 것을 힘들어했다.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아이에게 엄마보다 좋은 사람은 없다.

이제 막 어린이집에 적응한 아이에게 할머니에게 적응하는 부담을 또 하나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아시간을 당장 써야겠다고 마음을 확실히 정한 일이 생겼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 메시지에는 아이가 엉엉 울고 있는 영상이 있었다. 아이는 현관문 앞에 신발을 들고 앉아서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엄마 엄마~” 하며 대성통곡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엄마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왔다.


「수지가 하원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를 찾으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파. 이건 너한테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영상 보내.」


이 영상과 메시지를 보고 ‘내일부터 바로 육아시간을 써야겠다’ 고 마음을 정했다. 그동안 스스로 눈치 보느라 육아시간 쓰는 걸 미루고 있었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아이 옆에는 엄마가 필요했다.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니 회사에서 마련해 놓은 이 좋은 제도를 나중으로 미룬 것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음날 바로 육아시간을 신청했다. 막상 육아시간을 쓰니 회사에서 그 누구도 눈치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육아시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주셨다.


알고 보니 회사에서는 이미 육아시간을 쓰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회사에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꽤 많다. 이분들은 육아시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고 회사 내 분위기는 육아시간 사용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나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음 편하게 육아시간을 쓸 수 있었다.


육아시간을 쓰면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내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회사에 있는 동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초조해하지 않는다.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육아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편안한 마음은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초조함 없이 일에 집중한다. 집중해서 일하니 업무 능률도 더 올랐다. 이런 선순환으로 인해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더 좋아졌다.


만약 내가 육아를 위해 회사를 포기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만 집중하며 육아에 소홀했다면 이건 더 불행했을 것 같다. 그런데 육아시간을 통해 육아와 일 두 개 다 포기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게 되니 지금의 내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출근길에 아이를 등원시키며 '나중에 엄마가 데리러 올게'라고 말한다. 아이는 날 보고 환하게 웃으며 머리 위로 크게 하트를 만들어준다. 이런 아이를 보며 웃음을 머금고 회사로 출근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4시에 아이를 하원시키러 간다. 하원할 때 보는 아이는 등원할 때보다 더 밝게 웃으며 “엄마~” 하고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이때마다 생각한다. 엄마 되길 정말 잘했다고. 일을 하면서도 엄마로 사는 이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내 삶이 정말 좋다.



올해 7월에 고용노동부 일·가정 양립 우수 사례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수상은 못했지만 이 글을 쓰면서 육아복지가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고 제가 지금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해보고 싶었던 공모전에 도전하며 내 시간과 마음을 들이는 과정이 행복했습니다. 작은 도전을 통해 그만큼 조금 발전도 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에 육아복지제도가 안정적으로 마련되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큰 힘이, 미혼인 분들에게는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아이 키우기에 좋은 나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은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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