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를 보며 느끼는 엄마의 사랑
내 친정집에는 친정 엄마가 틈틈이 만들어놓은 수세미가 서랍 한 칸에 가득 있다. 우리 엄마는 취미 삼아 수세미를 만드는데 대충 만드는 게 아니라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정말 이쁘게 잘 만든다.
그래서 우리 집 곳곳에는 엄마가 만든 귀여운 참외, 복숭아, 파프리카 모양의 수세미가 걸려있는데 그 어느 장식품보다 더 근사하다.
엄마가 만든 수세미를 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수세미로 쓰기는 진짜 아깝다, 이건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손재주가 참 좋다.
내가 어릴 적에 엄마가 자수를 놓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차분히 의자에 앉아서 자수를 놓고 멋진 작품을 완성하던 엄마.
아이 세명 키우느라 고된 육아를 하는 중에 어쩌면 엄마에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자수를 놓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한수 한수 놓을 때마다 오직 손 끝에 있는 실에만 집중하며 잡생각은 비워지고 오로지 엄마가 자신으로 있는 엄마만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자식들이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다 하게 된 지금도 엄마는 틈틈이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취미 활동을 계속한다. 30여 년 전에 엄마가 만들던 크고 화려한 그림의 자수 놓는 건 지금은 못하시지만 작고 귀여운 수세미를 만드는 건 자주 편하게 하신다.
엄마는 온갖 모양의 수세미를 만드신다.
과일모양, 드레스 등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어떻게 이런 모양을 만들었냐고 하면 유튜브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아니,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한다 해도 금방 이렇게 뚝딱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는 그 쉽지 않은 것도 금방 해낸다.
왠지 엄마가 자신의 손끝에서 귀여운 작품이 만들어지는 걸 보며 작은 성취감과 기쁨도 느낄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수세미를 만드는 것에 이토록 정성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서다. 엄마가 즐겨하는 취미이기도 하지만 이걸 그냥 취미 활동으로 끝내지 않고 엄마는 직접 만든 수세미를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기쁨을 누린다.
엄마는 평소에 틈틈이 만들어놓은 수세미를 명절 때마다 친척들에게 나누어준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직접 만든 귀여운 모양의 화사한 수세미를 받으면 받는 사람 모두 매우 좋아한다.
다이소에 가면 천 원 주고 쉽게 살 수 있는 수세미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이 많이 들어가 훨씬 두툼하고 튼튼하며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모양도 시중에선 보지 못하는 것들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명절 때 매장에 똑같은 내용물과 모양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명절선물세트를 받는 것보다 엄마가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받을 때 기분이 더 좋다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가 만든 수세미는 매장에서 파는 선물세트에는 없는 정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이걸 만들기 위해서 들인 시간과 마음은 절대 작지 않다.
그리고 이 물건에 들어간 큰 마음은 받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엄마의 작은 수세미는 온 식구들에게 기쁨이 되는 큰 선물이다.
우리 막내외숙모는 엄마에게 받은 수세미가 너무 이뻐 쓰기가 아까워서 받은걸 다 벽에 걸어놨다고 한다. 엄마의 수세미는 그냥 벽에 걸어놓기만 해도 집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이번 주말 친정집에 갔을 때 내 아이는 할머니가 만든 수세미 드레스로 인형에 옷을 입히며 한참을 즐겁게 놀았다. 할머니가 만든 드레스 모양 수세미가 아이의 인형 옷 입히기 놀이에 더없이 좋은 놀잇감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나에게 들고 가고 싶은 수세미를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진짜 그냥 수세미로 쓰기엔 너무 고퀄리티라 도저히 쓰기 아까웠다. 내가 너무 이뻐서 못쓰겠다 하니, 아니라며 이걸 써야 또 새로운 걸 만든다고 들고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귀여운 딸기 수세미와, 진짜 참외 실물과 너무 똑같아서 감탄했던 참외 수세미와, 아이가 인형 옷 입히기 할 거라고 고른 드레스 수세미 이렇게 3개를 가져왔다. 봐도 봐도 너무 이쁘다. 이걸 어떻게 쓰나 싶다. 그래도 설거지할 때마다 엄마가 만들어준 이쁜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조금은 더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될 것 같다.
엄마의 수세미를 받으며 엄마의 큰 사랑도 같이 받은 것 같다. 사랑은 형태가 없다. 다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는 있다.
엄마에게 있어 사랑 표현은 이 수세미 같다.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매일 써야 하는 물건.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건.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쓰는 물건이고 소모품이라 가볍게,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작은 소모품 하나에 온 정성을 다하는 엄마.
이게 엄마표 사랑인 것 같다.
돌아보면 엄마가 챙겨주는 모든 것은 작고 세심하고 너무 당연해서 이게 고마운 건지도 모르고 지났던 것도 많다.그런데 그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다.
나도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내가 엄마에게 얼마나 크고 깊고 세심한 사랑을 받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으니까.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다.
작은 것에도 정성과 사랑을 들이는 마음을 가진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