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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바 lambba Sep 25. 2021

눈 뜨자마자 상한가 친 쌍둥이들

대박대박!! 대박쳤어!


“ 어떠세요? 많이 힘들지 않아요?”

매주 한 번씩 가는 정기검진이었다. 평소처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의사는 아내를 보더니 전체적으로 특히 발이 너무 심하게 부었다며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결과에 따라서는 바로 수술 할 수도 있으니 내일 결과를 보러 올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란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얼굴이 좀 커진 것 같고 몸은 거의 오뚜기가 다 되어 있었다. 나에겐 일상이지만 주변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커진 아내의 배를 보고 모르는 사람들도 놀라는 눈빛으로 슬쩍슬쩍 쳐다보는 분위기였다.  


   

   다음날 일찍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 평소에는 병원 셔틀버스를 이용했지만 아무래도 서로에게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의사는 차트를 보더니 바로 수술을 하란다. 임신중독이 와서 매우 위험하다고. 그의 목소리는 차분한데 지시사항이나 행동은 매우 다급했다. 간호사의 빠른 움직임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아내는 출산 준비를 위해 환자복으로 갈아 입으러 간다. 보호자인 내가 할 일은 각종 서류에 동의 사인을 하는 것이다. 간호사가 재촉한다. 수술 들어가야 하니 시간이 없단다. 서류가 뭐 그리 많은지 내용은 커녕 제목도 못보면서 

동의를 한 용지가 몇장인지 모를정도다. 한편으론 동의를 안하면 수술이 안되는거죠? 라며...

 

  아내가 침대에 누운채 내 쪽으로 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침대를 밀면서 아내와 말을 나누었다. 걱정스럽지만 그런 표정을 짓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태연한척 하면 정떨어져 보일까 뭣하고... 

다급한 순간에도 별의별 계산을 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에게 뭔가 멋진 말을 해야할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손을 잡아보니 미묘한 떨림이 느껴져 온다. 


  “ 춥니? ”

  “ 응 ”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이야. 걱정마 다 잘될거야” 


  옆에 있던 간호사가 웃는다. 그렇게 아내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는 말을 남긴 채 간호사마저 사라졌다. 수술실로 들여보낸 후 그 무렵 일본에 계시는 장모님께 연락을 했다. 업무 중일 때는 휴대폰 사용을 안하시기에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이 받았을때 나를 아들이라고 일본어 실수를 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에?"아들인 처남이 옆에 앉아 있는데 내가 아들이라고 하니 웃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목소리를 듣더니 웃으시며 역시 자네인줄 알았다고 했다. 어쩐일이냐는 물음에 바로 임신중독으로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했다. 건너편에서 들려온 한마디는 웃음끼 빠진 알았다는 말이 전부다. 

엄마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다.

  

 전화를 끊고 복도 한 켠의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주식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증권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순간 ‘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가 가진 주식들 전부 상한가다. 온통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대박 대박 대박! 대박쳤어! 어떡해..."


 나는 마음속으로 계속 외쳤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중환자실 앞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만 보인다. 표창장 받는데 아무도 없는 기분이랄까. 혼자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노트북을 보기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러다가 마음을 차분히 앉히고 하나씩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 모조리 팔았다. 

 

  아내는 임신 5개월 차부터 출산휴가를 받았다. 나는 당시 무직인 상태라 임신 내내 돈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큰소리 치진 못했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런 나의 멘트를 거의 믿지 않는 눈빛이었지만 성공했다. 하하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아기가 나왔다. 근데 아기를 바라보고 내 흥분은 바로 가라 앉았다. 어머나 세상에

내가 누워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쩜 나하고 이렇게 똑같을 수가...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기뻐서 웃는 것인지, 나하고 똑같이 생겨 웃음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주식이 대박을 쳐서 그런 것인지 쏟아지는 웃음에 간호사는 ‘축하드려요.’ ‘너무 기뻐하시네요.’라고 말했다. 


"네? 하하하 네네네"



  첫 아이가 나온 후 5분 후에 또 한 녀석이 나왔다. 그런데 이 녀석은 인큐베이터에 갖혀서 나오는 게 아닌가. 눈을 가리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홀딱 벗겨진 모습이 나의 웃음기를 싹 사라지게 했다. 간호사는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흔한 일이고 심각한 상태는 아니란다. 그리고 20분 후 쯤 아내가 나왔다. 애들은 무사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물론 돈 걱정은 절대절대 하지 않아도...

 

  “ 우린 복동이를 낳았어. 얘들이 다 해결한 거야. 하하하 ”

 아내는 마취가 덜 풀려서 자신이 잘못들은 건지, 아니면 애 둘이 한꺼번에 생겨 내가 흥분해서 횡설수설하는 건지 분간을 못하는 모양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쌍둥이는 태어났고 돈까지 생겼으니 세상 무엇이 부럽겠는가?

 

  오후 세네시쯤 된 것 같다. 장모님이 공항에서 한걸음에 병원으로 다급하게 달려오셨다. 나를 보자마자 

 

 “ 자네 전화를 받고 너무 놀랬네,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고 기절할 뻔 했다네. 어쩌면 그렇게 태연하게 말을 할 수 있지?"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냥 미소로 넘겨버렸다. 서로 느낀 감정이 똑같다니...


  정신없던 하루가 정리되어 갔다. 본래 예정일에 맞춰 장모님이 머무를 호텔 예약을 해뒀지만 급작스럽게 들어와 당일은 숙박할 수 가 없단다. 몇 군데 알아보고 병원과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차안에서 나는 그날 하루 벌어진 일들을 수다 떨 듯이 즐겁게 늘어놓았다. 물론 주식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불로소득을 가장 싫어하시는 분이라서... 아기들 이름을 궁금해 하셨다.  


  “ 이름은 뭘로 지었어? ”

  “ 루이와 이루 입니다” 

  “ 뭐? ”


  바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무슨 애들 이름을 장난치듯 지었냐고. 

  “ 루이는 무슨 의미야? 혹시 루이1세 루이2세. 설마 그런 의미는 아니겠지?” 

  “ 네 맞습니다. ”

  기가막히다는 듯 한동안 웃느라 배꼽을 잡으셨다. 


  “ 그럼 이루는? ”

  “ 루이, 루이스, 루이뷔통 같은 사람이 되어 꿈을 이루라는 뜻에서...,” 

  참았던 방구가 터져나오는 듯한 웃음소리에 나 또한 함께 눈물나게 웃었다. 

호텔룸에 맥주 2캔을 넣어드리고 인사를 했다.  


“장모님 피곤하시죠. 한잔 하시고 푹 주무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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