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언젠가, 폭우가 내리던 밤.
막걸리 집에 앉아 잔뜩 취한 상태로
무섭도록 내리는 비를 보며 친구와 이런 얘길 했었다.
비는 이렇게 구경하는 건 좋은데 저 속으로 뛰어드는 건 싫어.
사람도 마찬가지 같아. 그냥 적당한 거리에서 보는 게 좋지
그 사람한테 뛰어들게 되면 다 엉망이 되어버리지 않냐?
사람을 사랑으로 대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꺼낸 얘기였는데
오글거리는 마음에 사랑을 사람으로 바꿔 얘기했던 것 같다.
누구와 어디서 한 얘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발이 엉망이 되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참을 걸었던 기억도 섞여 있지만)
창 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 그때의 대화가 생각난다.
어쨌든 뛰어들었어야만 했던 일들과
뛰어들지 못했던 일들이 모두 기억을 스쳐 지나간다.
빗소리가 아까보다 좀 잠잠해졌다.
슬슬 도서관 밖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