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 도착해서 이제 막 7일째를 보내고 있다.
서울을 떠난 게 2013년, 부모님이 서울을 떠난 게 2019년이니까.
오랜만에 커다란 서울에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생겼다.
12년 만에 돌아온 학교 그리고 기숙사.
학교를 걷거나, 익숙한 거리, 한강을 지날 때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이 장소는 얼마나 바뀌었는지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매 순간 감각한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한강을 찾았다.
그 커다란 강과 강 위에 올려져 있는 도시의 1/2을 참 좋아했다.
혹시나 광안리가 서운해할까 봐 적어두면,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땅 끝과 바다 끝의 풍경도 좋아하지만 강이 주는 포근한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풍경과 냄새, 봄이 시작된 공기 같은 것들은
내가 한 때 이 도시에 속했다는 사실을 달콤하게 알려주었다.
호주에서 지낼 때, 친구가 말했다.
"우리 각자에겐 태어난 곳 말고도 만나게 되는 각자의 도시가 있대"
그 친구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일을 함께 했는데
흐지부지 연락처도 잃어버리고 어찌 사는지 알 수도 없게 되었지만
친구의 이 말만큼은 주문처럼 마음에서 매만지곤 한다.
친구는 자신의 도시가 멜번이라고 말했다.
나의 도시도 멜번이냐고 물었는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직 더 만날 도시가 많은 것 같았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에 정말로 많은 도시를 여행하고, 생각지 못한 도시들에 살게 되기도 했다.
나의 도시는 서울일까?
나침반은 항상 서울을 향해 있던 것 같긴 하다.
제주에서 수원으로, 수원에서 안양으로, 안양에서 서울로,
멜번에 암스텔담에 살고 있을 때에도 언젠가 내가 돌아갈 곳은 서울이었다.
부산으로 떠나와서도 서울은 그립고, 늘 어딘가 연결되어 있는 그런 도시였다.
가장 신나게 살던 시절에 머물던 곳이라 여기저기 많은 추억이 묻어 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일상이 당분간 이어질 거다.
이렇게 오래 머무르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학생으로 돌아간 감각이 낯설면서도 즐거워서 그런지. 왠지 기록해두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순간과 재회의 감정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