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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Feb 21. 2022

고양이가 잠들어 있었다

2월이 끝을 향해 가는데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추위가 매섭다.

패딩점퍼를 꽁꽁 싸매고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저 멀리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마침 햇살이 드는 길목이라 햇볕에 일광욕을 하고 있는 건가 하고 다가갔는데 고양이는 미동도 없었다.

고양이의 몸은 상처 하나 없었지만 얼굴에 묘한 냉기가 서려있었다.

불길했다.

수업이 끝난 50분 후에도 이 아이가 여전히 누워있다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0분 후 길 건너에서 고개를 빼고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고양이가 있던 근처에 서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아, 고양이가 여전히 누워있구나.

아니, 죽어 있구나.


아까 모습 그대로 잠든 것처럼 고양이는 모로 누워있었다.

숨을 쉬지 않았다. 차가웠다.   

한 걸음 떨어져 고양이 사체 처리 방법을 검색했다.

검색한 대로 120에 전화하니 우리 구 청소과로 연결을 해주었다.

고양이의 사체는 청소과에서 처리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양이가 발견된 장소를 설명하니 곧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혹시 고양이의 사체가 보기 싫으니 어서 치워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전한 민원인처럼 들렸을까.

별 것 아닌 민원이라 내 목소리에 어떤 감정이 섞여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고양이를 폐기물처럼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오늘 구청에 발생한 민원 중 한 건으로 남겨질 고양이의 운명을 넘겼다.


내가 충분히 위치를 잘 설명한 걸까.

고양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건가 생각하며 고양이 옆에 서있다 발길을 돌렸다.

몇 시간 후 다시 가보니 고양이가 누워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르니 외면하고 지나쳤던 50분이 미안했다.

길 위에 방치된 것보다는 더 나은 어딘가에서 편안히 무지개다리를 건넜기를.




엊그제 공원에서 고양이 여러 마리에게 츄르를 주며 놀았다.

그 공원에는 예전부터 고양이들이 여럿 살고 있었는데 공원 곳곳에 고양이 사료와 물이 놓여 있다.

조카들에게 츄르를 쥐어주니 고양이들은 경계 없이 다가왔고

어떤 녀석은 츄르를 빼앗아 가려고도 하고, 어떤 녀석은 얌전히 츄르를 맛보다 느긋하게 내 옆에 와 앉았다.

어린이들이 쓰다듬어도 피하거나 화내지 않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고양이들이었다.

벤치에 누워 잠든 한 녀석이 모습이 귀여워 오래오래 앉아 있었고

그 녀석이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랬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다.

차라리 그 사랑을 인간에게 쓰라고 한다거나,

아파트 단지를 더럽히니 고양이를 쫓아내야 한다고 한다거나,

그렇게 동물을 아껴주고 싶으면 직접 데려다 모두 키우라고 한다거나.

쉽게 말하는 그 마음이 참 가난하게 느껴진다.

고양이가 햇살 아래 잠들어 있는 건 당신을 위해서도 아니고,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도 아니다.

고양이가 살아가는 공간이 모두 인간의 것도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사랑할 수 없는 마음에 행복이라는 게 들어설 수 있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살아있는 존재들을 행복하게 하리라 믿는다.

오늘 만난 고양이에게 빚진 마음을 잊지 않고 더 많은 고양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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