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음을 후회하면서 계속 걸었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러 가게에 들어섰다.
빗방울이 더 굵어질지 사라질지 알 수 없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먹고 갈까 싶었지만, 편하게 집에서 먹고 싶었다.
비가 오면 좀 더 맞아도 되고, 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냥 포장해서 나왔다.
비를 조금 맞았지만, 500미터쯤 걷다 보니 비가 그쳐있었다.
지나가는 비였구나.
매일 맑은 날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를 맞고 있어도 비가 곧 그칠 거란 믿음이
일상의 행복에 가까운 게 아닐까,
나는 꽤 행복한 게 아닐까.
가끔 덜 행복할 때에도, 비가 그치리라는 예감, 믿음을 기억해둘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