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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Jan 28. 2022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

산책하는 길에 붕어빵 노점이 있어 반갑게 다가갔는데,

붕어빵이 아니라 '황금잉어빵'이라고 쓰여있었다.



수년  친구들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붕어빵이랑 잉어빵이 차이가 뭐야?"


여러 가지 가설이 등장했다.


"빵 틀 모양이 다른가?"

"프랜차이즈 내주는 회사가 다른 거 아니야?"

"슈크림이 들어가는 게 잉어빵 아니야?"

"잉어빵이 좀 더 사이즈가 작은 거 같더라"


물고기 모양의 빵 안에 단팥이 가득하고, 고소한 향기가 난다는 사실은

붕어빵이든, 잉어빵이든 다를 게 없어서 이후 격한 논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그런 가벼운 궁금증이 생기면

습관처럼 "검색해봐"라고 답하게 된다.  

가설이 들어설 시간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거나 경험과 기억을 불러들일 시간도 없다.

정답은 검색창 아래 존재하고

검색창 아래 정해진 답을 발견하면

그 지식은 "아 그렇군" 하고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남기도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해소되는 과정이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변해서  

내 생각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졌다.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추억을 끌어올릴 겨를도 없이

몇 번의 타이핑과 클릭으로 호기심은 해결되고, 대화는 멈춘다.


이런 상상도 불가능해지는 거다.


원스 어폰 어 타임

붕어빵 가문의 일원으로 살아온 누군가가 있었다.

기존의 붕어빵 레시피를 개선한 새로운 레시피를 제시했지만,

붕어빵 가문 내부에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는 세력에 의해 그의 레시피는 묵살당했다.

이에 분노한 그는 독립하며 잉어빵을 탄생시키며 붕어빵 가문에 선전포고를 한 거다.

이후 붕어빵과 잉어빵의 세력은 분열되었고, 각각 노점들은 수년  견제와 경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동네마다 잉어빵과 붕어빵의 세력 확장 경쟁이 시작되며  

 과정에서 우리 동네에는 잉어빵이 승리하여 잉어빵 노점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붕어빵만이 진정한 겨울 간식으로 인정받아 잉어빵이 들어설 수 없는 암묵적인 동네의 룰이 생겼다거나.


뭐 이런 흔해빠진 스토리라인을 붕어빵-잉어빵 세계관에 대입하면서 느끼는 가벼운 기쁨 같은  사라졌달까.


앞으로는 "검색해봐"라고 대답하기 전에

나만의 상상력을 좀 더 동원해보겠다.

그게 답이든 아니든, 내 생각을 쌓아 올리는 과정은 그럴 때 제일 재밌으니까.





아, 그래서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는

https://blog.naver.com/ssboygss/222625629660 에 따르면

잉어빵은 머리가 뾰족하고, 무늬가 선명하지 않고, 반죽에 버터와 찹쌀이 첨가 바삭 쫄깃하며, 반죽이 얇아 속이 비친다.

붕어빵은 머리가 둥글고 무늬가 선명하며, 밀가루 반죽으로만 만들어져 단단하고 담백하며, 반죽이 두툼하고 속이 비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비교할 길이 없다.

왜냐면 우리 동네는 잉어빵 세력이 승리하여 잉어빵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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