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퀄리티 높이는3가지 타이밍

CHAPTER 1. 삶이 뒤집히는 잠깐&조금

떠나야 할 때

지금 당장 떠나야 했던 이유



출퇴근 카드를 수 없이 찍다 보면 경험치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쳐내는 능력치도 오릅니다.

반대로 결심과 작심의 입질은 많아지는데, 몸과 머리의 무게는 무거워져갑니다. 계획의 포장은 뜯지 못하고 반품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렇게 24시간 전에도, 지금도, 12시간 뒤인 내일도, 제 머리는 과부하가 예상됩니다.

회사에서는 뭔가 짜낼 때까지 찌들리는 것을 원하고, 그럴수록 짜깁기로 변질되어가는 서류를 봅니다. 그럼에도 머리를 씻어낼 타이밍을 잡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할 때’라는 신호가 와도, 여행이라는 파란 불은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를 떠올립니다. 신입사원에겐 빨간 불만 있을 뿐, 성공이라는 고속도로를 위해 신호대기는 적당히 무시했습니다.

현실이라는 놈은 자꾸 내 지금을 단속하는 것만 같고, 조바심에 어떻게 해서든 빨리 가려고만 했었죠. 인생의 탄탄대로를 쫓아 주말 평일 막론하고 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안 쉬는 놈’이라는 이미지도 박히더군요. 주말에도 일 처리를 부탁하는 전화가 올 정도로.


‘아…… 이렇게 살다가 수명 단축의 꿈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결국 느리게 가도 국도로 갈아탄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내가 살아야 일도 숨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뭘 하든지 가야 될 때와 서야 할 때를 잘 잡아야 합니다.

“차도 오래 달리면 엔진이 탄다 영식아. 쉴 때는 쉬어줘라.” 일에 미친 저를 보고, 전 직장 상사가 한 말입니다.

항상 불안하게 지내왔고, 작금의 생활도 불안하기로는 매한가지지만, 안절부절함이 빠른 일 처리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쉬는 것도 일입니다.



내일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제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을 떠나려 합니다. 두 달에 한 번, 그것도 빡빡하다면 3개월에 한 번.

고기도 썰어본 놈이 잘 썬다고 했던가요?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졸졸 따라온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몸은 관광지에 있어도 마음은 아직 업무일지에 가 있었죠. 육체만 꺼내온 몽유병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백 팩을 챙길 때 카르페디엠도 함께 넣어가야 합니다.


‘현재에 머물렀을 때 여행다운 여행’이 되니까요.


‘떠나는 일’ 앞에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작아지는 분들을 봅니다. 자식농사 시작하며 기회박탈의 중심에 선, 그분들입니다.

직장 동료 중 저와 같은 나이로 두 아이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8월 휴가를 앞두고 여행 이야기를 잠시 나눴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들끼리 해외여행 가보는 게 꿈이에요”


모르긴 몰라도 조금 더 어렸을 때, 책임질 것들에 대한 무게감이 덜했을 때 떠나봤더라면? 그렇게 애절한 목소리는 아니었을 겁니다.

코스 정복을 위한 여행보다, 남는 건 사진뿐인 여행보다 머리의 온도를 내려주는 여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100퍼센트 힐링이라는 게 없다고 해도, 75퍼센트는 채우고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부끄럽지만 오사카 여행에서 친구와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가방을 내려놓을지 말지, 21세기 가장 쓸데없는 주제로, 우리는 심하게 싸웠습니다.

여행 3일차에 온천으로 향하던 그 사철에서, 우리가 싸웠던 이유는 그 가방이 명품이라서가 아닙니다. 신발밑창을 괴롭히는 킬링여행의 피로 때문이었습니다. 여정이 너무 힘들고 타이트해 폭발한 것입니다. 여행에서는 ‘쉼표 아닌 쉼의 시간’을,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운 추억’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천재는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영감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1퍼센트의 영감이 어떻게 나오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찌든 일과보다는 일상에서 한 발 떨어진 넓은 시야에서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여행은 그 광각을 밝히기 위한 최고의 선물입니다.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다. -칸트




메모의 타이밍

나도 모르게 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순간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주제 하나만으로도 꽤 많은 책이 출간됩니다. 1월부터 3월까지 이런 주제들이 많이 팔린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팁과 스킬은 실행과 습관으로 빚어내지 않으면, 효율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서정가제 시대에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 300페이지짜리 액세서리가 하나 생길지 모릅니다.


저도 메모 관련된 책을 하나 샀지만, 저자의 의도와 달리 좁디좁은 방에 장식품이 돼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다 메모 방식은 기성복이 아닌, 맞춤옷으로 접근하는 게 빠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어디에 메모할 것인가, 몇 번 메모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타이밍을 잡는 것입니다.

찰나의 순간에 예민해지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생각들을 조금씩 지면이나 스마트폰에 옮기면서 몇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기발한 생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대게 몰두할 때 보다 잠시 풀려 있을 때 발견된다는 겁니다.

저에게는 아침에 눈을 뜨고 난 20분 사이, 샤워 시간, 그리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였습니다. 그리고 샤워 중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찾아 들어와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메모란 것이 평생을 하지 않다가 시도하니 귀찮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싶습니다. 이 귀차니즘을 파괴하고 습관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든 건 바로 퀄리티에 대한 목마름이었습니다.

눈앞에 유령 같은 글로 생각을 옮겨보니 다섯 개 중에 적어도 하나는 쓸만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 쓰인 글의 30퍼센트 이상이 그런 아이디어 낚시로 만들어졌습니다.


메모를 하며 반복되는 포기의 이유가 있다면, ‘이게 돈으로 전환되는가, 경제적으로 이득인가?’ 하는 의심입니다.

이 책의 초반에 실려 있는 ‘퇴근 전 5분이 내 삶을 바꾼다’는 글도 메모로 시작되었습니다. 제 글쓰기 방식 중 하나인 4줄 메모에서 확장되어 태어난 것입니다. 4줄 메모란 떠오르는 주제를 제목으로 적고, 그 아래에 가지치기로 소제목을 3줄로 적는 겁니다.

처음에는 뭐든지 적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편집하다 보면 좋은 글이 하나쯤 나옵니다.

수많은 글들 중에서 하나의 글만 건져도, 본전 이상입니다.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했으며, 모차르트 역시 모든 곡이 최고라 불리지는 못했습니다.

생각 잡는 낚시로 시작된 이 글은 며칠 만에 네이버에서 16만 명 이상이 구독했습니다.

메모하는 연습이 없었다면, 이 글은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메모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이라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인, 내가 제일 잘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만큼은 놓치지 마세요.”


축구를 잘하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던 박지성. 그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 일기장에 패스 길을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오늘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것이죠. 맹목적 이득을 위해 시작했다면, 저 역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들어준 것입니다.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귀중한 것이며,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 -베이컨




잡생각 컷 타이밍

뇌트리스로 시간 ‘킵‘하기



‘뇌를 꺼내 세차장에 맡기고 싶다.‘


문명의 혜택으로 꼭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는 1인입니다. 스물아홉 살까지 제 몸무게는 무슨 짓을 해도 57킬로그램이었습니다. 잡생각 때문에 키가 안 크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건 성격이니 평생 바꿀 수 없을 겁니다. 성격으로 생긴 습관은 바꾸기 힘드니까요.

잡생각이 어김없이 머리를 비집고 들어올 때마다, 결단의 와이퍼로 씻어내야 했습니다.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뇌를 씻는 방식의 이름은 뇌트리스입니다. 잡생각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생각의 우선순위를 정해 잡생각을 뒤로 밀어내는 방법’입니다.

오늘의 중요 순위는 ‘이 글을 마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새 책 『토지』를 읽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제주도 여행코스 마무리 짓기’입니다.

처음 집을 나올 때만 해도, 머릿속을 떠돌았던 생각의 순서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내일 출근 & 업무 처리

제주도 여행코스 마무리 짓기

글쓰기

토지 읽기

12월 성수기에 휴가 내는 것에 대한 눈치


위 잡생각들은 뇌트리스를 통해 다음 트리로 재편집 되었습니다.


글쓰기

토지 읽기

제주도 여행코스 마무리 짓기

내일 출근 & 업무 처리

12월 성수기에 휴가 내는 것에 대한 눈치


머릿속의 생각들을 테트리스한다는 기분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생각의 블럭들을 끝으로 쌓아두는 겁니다.

잡생각을 쳐낼 수 없었다면 ‘12월 성수기에 휴가 내는 것에 대한 눈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때문에 다른 일을 망치거나 시작하지도 못했겠죠.

글을 쓰다가도 ‘아 눈치 보여’, 제주도 여행코스 짜다가도 ‘아 눈치 보여’. 그러다 보면 그날 하루는 그냥 눈치 보는 하루로 극심한 정체를 겪는 겁니다.


성격을 바꾸는 것이 힘들고, 습관 고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제게, 정형화되고 체계적인 계획들은 잘 맞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위한 계획은 더 힘든 목표와 시간표를 만들 뿐이었습니다.

어차피 버릴 수 없는 잡생각이라면, 성격 때문에 머릿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할 거라면, 그 잡생각의 순서를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걱정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걱정이라면, 뇌트리스로 시간을 ‘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다. -사도 바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