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유통기한 없는 위대한 스펙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의 꼬리를 만드는 사표.
손만 있으면 쓸 수야 있지만, 발이 문제입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죠. 글 시작부터 죄송합니다만, 사표 앞에서 직장인을 더 작아지게 하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사표를 낸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54명을 대상으로 ‘사표 낸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후회했다는 사람들이 58.9%. 후회한 순간 중에서 가장 많았던 답변은?
이직 공백 기간이 길어질 때(46.9%)
이전 회사가 괜찮은 편이라는 걸 알았을 때(30.4%)
(출처: 취업포털 사람인)
그 외에도 여러 답변이 있지만, 새치 유발 분노의 답변이라 잘랐습니다.
또 다른 질문으로, ‘사표를 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이직 계획 수립(26.9%)’, ‘냉철하고 객관적인 퇴사 원인 판단(25.1%)’이 1위와 2위에 올랐습니다.
“죽을 것 같아. 나 그만둘까 생각 중이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출근하고 있는, 지인의 하소연입니다. 그녀는 만인이 꿈꾸는 ‘S기업’에 재직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자유로울 수 없는 이 '검은 빛 사표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탈옥할 수 있는 무기 말입니다.
하루 아침에 몰디브의 햇살을 받으며 칵테일을 음미하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인 해답은 있습니다.
바로 대체불가 인력이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색깔을 만들고 독자적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갑도 터치할 수 없는 나만의 텃밭을 가꾸는 것’입니다. 기분 더러운 전학이 아닌, 쿨하고 당당하게 어둠 속 하루로부터 졸업하는 방법이죠.
그 대체불가 인력이 되는 방법으로 제가 선택한 것은 책 쓰기입니다.
"너도 책 써봐.“
요즘 들어 자주 쓰는 말입니다. 책 쓰기 코치도, 출판사 관계자도 아닌데, 왜 제가 오지랖일까요?
일반인을 향한 출간의 벽이 무너진 지금의 타이밍 때문입니다. 작가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독보적 콘텐츠보다 융합과 통섭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과거에는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저자의 주류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기발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콘셉트만 갖고 있다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서점에 들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직장인, 스님, 벤처기업 창업자, 보따리상도 책을 냅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이들이 책 쓰기를 고민하고 갈등하고 미루는 걸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출간의 벽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죠. 하지만 출간만을 목표로 해서는 책 쓰기의 혜택을 제대로 맛볼 수 없습니다.
출간으로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잘만 써낸다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출간보다 집필 과정입니다.
“전문가라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고 나니 전문가가 되었다.”
직장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이 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마주한 성찰이 ‘내가 정말 부족하구나’였습니다. 일에는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는데, 읽고 쓸수록 보잘것없는 저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식과 통찰력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습니다. 덕분에 널널하던 책장에 200권 정도의 책이 꽂혔습니다.
전문가로 가는 길은 분명 멀고 험합니다. 하지마 부족함을 느끼고, 그것을 채울 도구까지 준비했다면?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그 변화의 초석을 포함해 책 쓰기를 통해 전문가로 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배움에 대한 갈증 > 주도적 공부
깊은 사색 > 생각과 사고의 힘
정보수집 능력 > 데이터베이스 구축
정보검색 & 편집 능력 > 콘텐츠 퀄리티 향상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 > 트렌드와 흐름을 읽는 통찰
지식축적(input) > 지식공유(output)
이 과정에서 삶의 리듬이 바뀌기도 하고, 경직되어있던 고정관념도 말랑해집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책 쓰기의 혜택이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쪼개 쓰는 습관, 평소보다 더 치열한 하루, 가치관의 변화. 이 구성 알찬 패키지들이 모여 전문가라는 선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출간이 전문가를 인증하는 일이라면? 집필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은 채용에 몸 사리고, 리스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필드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뽑아 손해보지 않겠다’는 포부와 다름 없습니다.
그러니 이 지식 기반 사회에서 전문가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책의 제목처럼 세계는 이미 멀티플레이어를 원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리스크 적은 인력, 세계가 원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려면?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로 올라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길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르고 가성비 높은 도구가 있다면? 바로 책 쓰기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대산 신용호
2015년 1월 24일. 삿포로행 비행기를 탔어야 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두 달이나 기다려온 비행기를 놓쳐버린 것입니다.
3개월이나 여행 준비를 해온 저, 인천공항에서 두 시간의 패닉에 빠져 있었습니다. 친한 사람들은 혀를 찼습니다. 조금 덜 친한 사람들은 ‘ㅋ’을 남발했습니다.
책 쓰기 전의 저였다면, 꽤 오랫동안 그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멘탈 붕괴의 그 상황에 저를 잡아준 건, 술도 위로도 아닌 책이었습니다. 스스로 구원을 위해 시작한 책 쓰기와 읽기였습니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을 쓸어 내릴 수 있었습니다.
‘책 읽기나 쓰기처럼, 사는 것도 장기 프로젝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변수를 대하는 방법도 전보다 성숙해진 것입니다.
책 쓰기는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 한두 칸 올라갈 땐 정말 귀찮고, ‘이게 내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란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 뒤에 뒤돌아보면, ‘내가 저랬던가’라며 과거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매일 두 번째 계단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며, 허탈한 표정으로 위만 쳐다보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그곳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확히 몇 번째 칸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매일 1센티미터라도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느리지만 천천히 오르면서 느껴지는 ‘내가 살아 있다는 가슴 떨림’, 그것이 책 쓰기를 그만둘 수 없게 만듭니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 쫓는다면, 과정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알 수 없습니다.
과정의 행복을 하는 사람은 이득에만 매몰되지 않습니다. 나의 열정과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었을 때, 성공은 뒤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표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것입니다. ‘더 나은 갑 아래로 들어가기 위한’ 사표보다, 책 쓰기로 ‘없어선 안될 을’이 되는 것이 백 번 천 번 낫습니다.
전문가란 매우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다. -닐스 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