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유통기한 없는 위대한 스펙
스마트폰은 많은 걸 바꿨습니다. ‘스마트폰 따위’라며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던 사람들도, 한 배를 탔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적응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화장실 가는 길에도 꼭 챙겨가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겠습니까? 맛집 검색, 얼리버드 항공권, 경로 탐색 등. 급한 불을 꺼야 할 때마다 양손 엄지로 준비자세를 취합니다. 포털에서는 모바일 검색량이 PC 검색량의 3배를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꿨고, 지하철 신문구독자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누가 친구고 누가 기계인지 헷갈릴 지경인 카페의 그림도 바꿔놨습니다.
그러나 완벽한 남자는 품절남이거나 게이라는 속설처럼, 스마트폰도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하나둘 터지고 있습니다. 디바이스와 잠시 헤어져 조용히 책만 읽는 묵독클럽이 생겼고, 장시간 사용 시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뉴스도 보도됩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시체 모양입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시대가 낳은 가장 나쁜 것은 왜곡된 정보 전달과 가벼워져가는 콘텐츠입니다.
지금의 시대도, 언제나 그렇듯, 아주 훌륭한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알고 이다면 말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
타블로이드는 죽고 익스플로러가 살아남은 지금, 벤치마킹의 대부가 된 것이 인터넷입니다. 그런데 몇 겹의 옷을 벗기고 나서야, 제대로 된 알맹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여긴 왜 이렇게 갈수록 오염되는 거야?’ 싶습니다.
실생활 정보와 가십은 넘치고 넘치지만, 정말 중요한 정보들의 훼손은 심각합니다. 원론적이고 기본적이어야 하는 것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없는 지식정보 사회의 과도기입니다.
사태가 이렇다면? 누구나 쓰는 이곳이 오염되었다면? 두 가지로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 잣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객관적 검색’과 ‘적절한 활용’입니다. 맹신이란 단어를 확신으로 바꾸기 위한 잣대가 하나쯤 있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콘텐츠 포화의 시대엔 생산자보다 편집자가 두드러집니다. 잘 찾아내는 게 능력인 것이죠.
만약 해운대 앞바다에 쓰레기가 떠다니고, 성산일출봉에 암웨이 간판이 버젓이 걸린 상황이라면, 더 나은 곳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스마트한 소비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심각성을 느낀 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 있도록.
건설은 더디고 수년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지만, 파괴는 단 하루의 무분별한 행동만으로 가능하다.
-윈스턴 처칠
네이버 검색창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여행정보, 맛집 검색을 할 때, 한 번쯤 블로그에 들어가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혹시 그 결과를 보여주는 순위 선정 방식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네이버 블로그 섹션의 순위 선정 방식은, 구글의 페이지랭크 방식과 다른데요. 이 글이 좋은 글인가 아닌가보다, 이 블로그의 점수가 얼마인가를 더 중요하게 따집니다. 그 점수를 잣대로 블로거들의 글 순서가 매겨집니다.
그러니까 구글이 하나의 글 자체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라면, 네이버는 그 글을 만들어낸 블로그의 다른 점수까지 포함해 순위를 매긴다는 겁니다. 다른 점수라는 것은 활동 기간, 이웃 활동, 업데이트 주기, 페이지뷰 같은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영한 지 꽤 오래된 파워블로그나, 상위 노출이 어렵지 않은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낳은 온라인 패륜아가 바로 파워블로거지라 생각합니다.
그 씁쓸한 입맛과 멀어지기 위해, 좀 더 높은 퀄리티의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네이버와 구글을 교차검색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행 정보나 소소한 생활 팁은 네이버 위주로 검색을 하고, 변형 없는 정보를 취해야 할 때에는 구글을 먼저 살핍니다.
책 쓰기를 할 때,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 좋은 자료 찾기입니다. 변형되고 왜곡된 포털을 통해 정보 조각들을 모으는 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원본 찾는 게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검색할 맛 나겠어?’
덕분에 전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찾게 되고 검증해야 할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습니다. 지식 상향 평준화가 현실이 된 이 때에, 벤치마킹은 양과 속도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보가 궁할수록 더 멀리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벤치마킹은 양과 속도가 전부는 아닙니다. 예전의 벤치마킹은 작성자나 자료의 출처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작성자가 어디서 일하며, 어느 기관에서 흘러나온 자료인지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얼마나 관련된 분야에 업데이트를 많이 하는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많은 정보를 취하고 자주 편집하는 사람들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결론입니다.
경쟁자들에게는 제일 무서운 것이 그들이고, 세상을 바꾸는 데 있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의 종류는 두 가지다. 우리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지식이다.
-사무엘 존슨